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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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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가 경고성 발언을 거듭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청와대는 아직 ‘줄서기’ 문제가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비서관들이나 행정관들에게 민주당 분위기가 전이될까 봐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17일 당무위원회의에서 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김영배(金令培) 상임고문을 선출해 놓고도 후속 선관위원을 선출하지 못해 고심을 거듭해왔다.
당 지도부가 소속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 선관위원을 맡아달라고 설득했지만 “나도 출마해야 한다” “○○후보를 도와야 한다”며 고사해 인선에 진통을 겪었다는 것. 몇 안 되는 중립적인 인사들마저도 ‘골치만 아픈’ 선관위원 자리를 사양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당직자들의 줄 서기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일부에 불과하지만 ‘낮에는 당료, 밤에는 참모’로 돌변하는 ‘올빼미형’ 당료들과 일과시간에도 거의 특정주자의 캠프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는 ‘주객전도형’ 당료들이 속출하고 있다.
1월 정기 당직자 인사에 앞서 구성된 당 인사위원회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일부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현 당 지도부는 과도체제이므로 4월 전당대회를 마무리한 뒤 인사를 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지금 인사를 할 경우 당 조직국 등 핵심 부서의 인적 교체가 이뤄져 경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이협(李協) 사무총장이 공개경고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총장은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실무 당직자 가운데 극히 일부가 예비후보 캠프와 보통 이상의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는 실무자의 보고가 있었다”며 “국고보조금을 받는 유급 당직자라면 본분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관계자들은 각종 후보경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경선주자 캠프로 빠져나가는 당직자들이 많아져 ‘당사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이탈하면서 비서진들의 정치개입 금지를 엄명한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줄서기가 특별히 문제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당 출신 일부 행정관들의 경우 “누가 누구와 가깝다더라”라는 설이 나오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문에 불과할 뿐, 정보 제공이나 영향력 행사 등 문제될 만한 상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고위관계자들은 극구 강조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영삼(金泳三) 정부 말기에 청와대의 비서관들과 행정관들이 특정 대선주자 측에 정보를 빼돌리는 등 줄서기와 ‘줄대기’가 극성을 부렸던 것에 비하면 지금 청와대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비서실의 L, P국장과 K과장 등 지방선거에 출마설이 도는 몇몇 행정관들은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조기에 당으로 내보내는 등 정치개입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