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콘도업체 방 빼돌리기 극성…회원권 있어도 예약 별따기

  • 입력 2002년 1월 20일 18시 00분


스키시즌을 맞아 콘도 방 빼돌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콘도 회원권 소유자들이 방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사태는 각종 인터넷 콘도예약 대행업체들과 카드사, 이벤트사, 여행사들이 스키시즌 2, 3개월 전에 미리 콘도 방 이용권 50% 이상을 콘도업체들로부터 사들인 뒤 정상가보다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비회원들에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것.

콘도업체들도 만성적인 재정난 때문에 비정상적인 콘도이용권 거래를 눈감아 주고 있지만 이런 변칙 거래를 규제할 마땅한 법규가 없는 실정이다.

▽회원들의 피해〓스키장 콘도 회원권을 갖고 있는 회사원 박모씨(34)는 13일 스키주말여행을 가려고 콘도 예약을 시도했지만 예약이 끝났다는 이유로 방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박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회원권이 없는 강원도의 한 스키장 콘도를 예약할 수 있었다. 박씨는 결국 자신의 콘도 대신 인터넷 업체가 마련해준 콘도 방을 구하는 바람에 1박에 정상가 7만∼8만원보다 3배가량 비싼 21만원을 줘야 했다.

▽방빼돌리기 실태〓50여개의 인터넷 예약대행업체들은 각각 100여곳의 콘도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성수기에 대비해 콘도업체들과 계약을 하고 업체당 연간 6억여원의 선불을 주고 이용권을 사들인 뒤 정상가의 배 이상으로 판매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인터넷 예약대행업체 관계자는 “연간 8억여원을 들여 사들인 콘도 이용권을 평균 15% 마진을 남기고 되팔고 성수기 때는 최고 5배 이상을 받기도 한다”며 “연간 시장 규모가 80여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대행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성수기 2개월 전에 10억원을 들여 콘도 방을 확보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예약을 시작하는 1개월 전에는 이미 예약이 끝나 방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콘도업체들은 대행업체들에게 방을 내주면서 1000만원의 보증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원인 및 대책〓이런 비정상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콘도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열악하고 규제할 법규가 없기 때문.

콘도협회 관계자는 “회원들의 연간 콘도 객실 사용률은 50% 정도로 여기서 얻는 이용료만으로는 각종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며 “어떤 콘도업체도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흑자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관광진흥법은 기본적인 분양조건 등만을 규정하고 운영은 콘도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혜숙(李惠淑) 기획실장은 “콘도회원권의 편법 이용은 회원들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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