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최용수-이동국 "히딩크호 원톱은 나"

  • 입력 2002년 1월 14일 17시 52분


4-4-2에서 3-4-3으로 포메이션을 변경, 사실상 원톱 체제를 확정한 한국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다. 그동안 공격의 상당부분을 측면 돌파에 의존한 것은 포르투갈의 루이 코스타 같은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중앙 돌파가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휘저으며 찬스를 마무리할 대형 공격수가 없었기 때문.

지난해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 출범 후 각광받은 선수는 설기현과 황선홍. 하지만 설기현은 원톱으로서 무게가 부족하고 황선홍은 노련미는 풍부하지만 파괴력이 처진다. 베르캄프 같은 선수를 휘하에 뒀던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게 사실.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전지 훈련중인 한국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이 최용수와 이동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둘은 골 결정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해왔지만 ‘나홀로 플레이’와 ‘게으른 천재’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난해 중반까지 대표팀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지난해 9월. 둘은 나이지리아와의 두차례 평가전에서 한골씩을 넣었다. 이후 최용수의 상승세는 두드러져 데뷔 첫해였던 일본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21골로 득점 2위를 기록했고 11월 크로아티아와의 2차 평가전에서는 그만의 특기를 유감 없이 발휘한 절묘한 발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플레이스타일도 많이 달라져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를 펼치는 등 독불장군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어떤 위치에서건 대포알 같은 슈팅을 뿜어내던 이동국은 고질인 발목 부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또 지난해 독일에서 돌아온 뒤 게으른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 절치부심한 흔적을 선보였다. 이번 북중미골드컵은 그의 축구 인생에 전환점이 될 중요한 무대. 조별예선이 끝난 후 황선홍 최용수 등 일본파가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만큼 8강전 이후는 그가 한국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13일 최용수의 슛 장면을 교본 삼아 차두리에게 특강을 하기도 했다. 이튿날 최용수는 “슈팅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는 감독의 주문에 자체 연습 경기에서 시원한 골로 화답했다. 이동국은 아직 회복 훈련에 매달리고 있지만 대회 8강전부터 히딩크 감독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기만 하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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