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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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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전략기획실의 변성구 과장(36)은 이제 금연한 지 만 2년이 됐다. 그는 요즘 1주일에 3번 정도는 아침 5시에 일어나 1시간 가량 집 근처에서 조깅을 하며 매주 일요일엔 등산을 간다. 담배를 끊은 뒤 불어난 8㎏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 1년전 부터 시작한 운동이 이젠 습관이 됐다.
변 과장은 대학에 입학하던 20세 때부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대학다닐 때 연극반에서 열심히 조연급 연기를 실감있게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바로 줄 담배를 피우는 연기.
주인공 앞을 지나가면서 폼나게 줄담배 피는 연기가 담배를 하루에 두갑 이상 피우는 골초로 변하게 만든 것. 그는 담배 한 갑은 셔츠 윗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한갑은 바지 뒷주머니에 챙겨 담배가 몸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가 담배를 끊으려고 결심한 것은 다름아닌 99년 말 당시 6세된 딸 예인이 때문이었다. 예인이가 볼펜을 마치 담배피는 모습으로 입에 갖다 대고 있는 모습을 변 과장이 본 것이다.
더구나 딸이 아빠의 모습이라고 그린 그림엔 담배를 피는 아빠가 그려져 있었다. 딸의 이러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변 과장은 새 밀레니엄이 되는 해 첫날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금연을 결심했다.
그는 새해 첫 출근을 한 후 집사람과 아이들, 친척과 동료 등 만나는 사람들에게 ‘새해부터는 담배를 끊겠습니다’라는 말로 새해 인사를 시작했다. 알릴 사람은 다 알렸다. 선배에게 3개월내에 담배피면 술을 사주겠다는 내기도 했다.
금연을 선언한후 첫 날부터 일어나면서, 차몰기 전, 차에서 내릴 때,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켤 때 등 수시로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담배나 라이터는 모조리 다 없앤 후였다.
1주일부터 한달 동안은 도무지 근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하루에 집중해서 일한 시간이 겨우 한 시간 정도였다.
그는 물과 사탕만 먹으면서 무조건 참았다. 하루이틀이 지나면서 자신이 너무 신기했다. ‘나도 안 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한달이 지나자 자동차 내부 책상 거실 등 주위가 깨끗해졌다. 아침에 심했던 가래는 거의 생기지 않았고 숨을 크게 쉬면 기분이 상쾌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담배를 끊은 두달째부터였다. 매주 한 번은 맛있게 담배피는 꿈을 꾸었다. 간혹 자신이 진짜로 담배를 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도 6개월이 지나니 사라졌다.
둘째 애를 키우면서 아침밥을 거의 챙겨주지 못한 아내는 변 과장이 담배를 끊고 난 후 2년 동안 매일 아침밥을 챙겨주는 등 아내의 내조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그의 금연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의 주위 환경은 여전히 담배의 유혹을 받고 있다.
“부원 7명중 2명만 담배를 피지 않는다”면서 “내가 특별히 담배에 대한 유혹을 이겨낼수 있는 것은 조깅이나 등산과 같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 의사가 본 금연기
변 과장의 금연 성공은 주위 여러 사람에게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금연은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며 스스로 말에 대한 책임감을 지게 하는 효과 때문이다.
그는 또 주위에 있는 재떨이 담배 라이터 등을 다 버렸는데 다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중요하다.
금연 계기를 잘 잡는 것도 중요. 변과장에겐 딸의 행동이 계기였지만 대부분은 기관지염 고혈압 위궤양 등이 생기거나 주위 사람이 폐암 등으로 죽는다든지 등의 ‘결정적 시기’에 금연을 시작한다.
불안 초조 집중력장애 불면증 등 금단증세는 금연 뒤 3∼4일에 가장 심하고 2∼3주 뒤 사라진다.
하루이틀 만 더 참는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 때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 껌은 금단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변 과장처럼 사탕이나 과자를 먹는 것보다는 은단 무설탕 껌 등을 먹거나 수시로 찬물을 마시거나 양치질하는 것이 좋다.
금연 뒤 군것질로 살이 찌기 쉬운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면 다이어트와 담배 생각을 없애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따라서 금연을 결심한 날에 헬스클럽 등을 통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
변 과장처럼 특별한 도움을 받지 않고 하루만에 금연에 들어가는 것을 ‘의지금연법’이라고 하며 가장 흔히 시도되는 방법이다. 20명중 1명이 성공하지만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에서 하는 ‘단계적 금연법’은 약 60%가 성공하므로 오히려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
(도움말〓서울대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이진한 기자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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