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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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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과 핵심인사의 ‘육성(肉聲)’을 중시하는 그는 최고경영자(CEO) 면담취재를 추진했다. 경영의 사령탑을 만나지 않고 기업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당기업에서 ‘직접 접촉’을 허용하지 않아 이런 노력은 대부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는 “웬만한 기업 임원 만나기가 장관보다 어려워서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주요 CEO가 투자자들에게 경영흐름을 직접 전달하는 기회도 드물다. 최근 각 기업이 경쟁적으로 ‘주주 중시’를 강조하지만 어쩌다 한번 홍보책임자나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정도다.
한국의 CEO들이 가급적 공개발언을 꺼리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기업 임원들은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자칫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정부의 눈밖에 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때로 일부 언론이 앞뒤 문맥을 생략한 채 특정부분만 부풀려 보도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경험도 털어놓는다. 올해 4월부터 증권분야 집단소송제가 시행되면 CEO의 ‘말조심’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CEO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업인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욱이 ‘CEO 주가(株價)’란 말이 나올 만큼 기업가치에 미치는 역할이 커지지 않았는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이나 일본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 등의 말 한마디는 해당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연구대상’이 된다. 여러 사정은 다르지만 이제 한국에도 이런 ‘스타 CEO’가 나올 때가 됐다. 또 사회적으로도 기업인이 자유롭게 소신을 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정말로 한국 CEO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고 싶다.
권순활 경제부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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