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서유헌/마약보다 황홀한 ‘정신수양’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58분


어렵고 힘든 요즈음의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연예인들이 대마초와 마약 복용으로 우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환각제는 극히 선명한 환각과 기분상승, 성적 흥분을 동반한 환상을 일으키고 극치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연예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

양귀비꽃에서 추출한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과 헤로인, 대마초에 포함되어 있는 마리화나, 코카에서 추출한 코카인, 감기약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에페드린으로부터 쉽게 합성이 되는 메스암페타민(히로뽕) 등의 환각제들은 인간성의 본산인 뇌에 작용해 우리의 자아를 파괴하고 있다.

환각제를 반복 사용할 때는 모든 일에 피동적이고 내향적이 될 뿐만 아니라 집중력의 상실로 의욕을 잃고 인격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단기 기억이 손상되며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과거, 현재, 미래를 혼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신과 환경의 경계를 구별하는 능력이 감소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최근의 연구결과 놀랍게도 인간의 뇌에는 마약의 주성분인 모르핀과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이 결합하는 수용체가 있음이 밝혀졌다. 즉, 우리 뇌에 모르핀이나 대마초와 비슷한 환각물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화학물질은 뇌 속에 있는 내인성 모르핀이라는 의미에서 ‘엔도르핀’, 또는 산스크리트어로 행복이라는 의미인 ‘아난다마이드’로 명명되었다. 이는 인간의 뇌에 마약과 대마 수용체로 이루어진 어떤 신경체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가끔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세계, 아름다운 세계를 그려볼 때가 있다. 또한 힘든 수양과 각고의 노력 끝에 무아의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때 인간은 휘황찬란한 세계를 꿈꾸면서 무한정한 창조의 생각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뇌에 있는 마약과 환각 신경계를 잘 활성화시킬 수만 있다면 마약과 환각제를 먹지 않고도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의 노력과 수양에 의해 정신적 희열을 얻기보다 손쉽게 약을 통해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마약중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상상력을 갈망하는 예술가는 상상력의 고갈이나 현실에서의 스트레스와 중압감 때문에 마약이나 환각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프랑스의 위대한 상징주의 시인인 샤를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에서 “두렵고도 황홀한 인공 천국, 나는 그것을 통해 거대한 상상의 날개를 편다”라고 마약의 황홀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아편 중독 때문에 금치산 선고까지 받았다.

우리가 노력과 수양에 의해 뇌에 존재하고 있는 마약과 환각체계를 적절히 경험하고 이용한다면 분명 자기 자신의 발전은 물론 역사 창조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약과 환각제를 남용한다면 무서운 정신병에 빠져 스스로 파멸의 길을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서유헌(서울대 의대 교수·약리학·한국뇌신경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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