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 "송영진을 어찌 하오리까"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36분


송영진
‘굴러온 복덩이냐, 이도 저도 못할 계륵인가.’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송영진(23·LG 세이커스)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키 1m98의 송영진은 중앙대시절 1년 후배 김주성(2m5)과 가공할 더블포스트를 구축해 무적을 자랑했다.

그런 송영진을 잡은 LG는 ‘이제 우승 0순위’라는 말에 겉으로는 손을 내저으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조성원 조우현 이버츠 등 막강 화력을 지니고도 준우승에 머물렀던 이유가 바로 삼성 썬더스보다 골밑이 약했기 때문.

지난 시즌 삼성이 단번에 우승을 차지할 만큼 강해진 이유는 송영진과 높이가 같은 이규섭이 가세한 덕이었다. 이규섭은 골밑에서 정확한 슛과 수비를 앞세워 신인왕을 거머쥐며 팀전력을 부쩍 상승시켰다.

송영진의 가세로 LG가 적어도 이번엔 삼성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

송영진이 팀의 ‘보배’라는 평가는 시즌 초반 4연승을 달릴 때까지 전혀 변함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LG가 내리 6연패에 빠지자 사정이 달라졌고 올 시즌 전술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송영진에게 화살이 날아갔다.

지난 시즌 경기당 6개이던 팀속공이 올 시즌엔 4.6개로 10개팀 중 9번째로 발이 느려진 이유가 송영진에게 있다고 자체 판단한 것.

여기서 LG의 고민은 시작된다. 이재호 코치는 “송영진이 팀에 들어와 전반적으로 느려졌다. 하지만 신장이 좋은 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쓰기엔 어딘가 부족하고 안쓰기도 뭐하다는 얘기다.

LG가 송영진 기용에 고민하는 흔적은 5일 모비스 오토몬스전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송영진은 이날 3쿼터까지 30분을 모두 소화하며 18점을 넣어 그때까지 말릭 에반스(22득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다. 직전 경기인 삼성전 패배이후 머리까지 바짝 밀어버리고 투혼을 발휘한 덕분이다.

그러나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4쿼터에서 그는 철저하게 소외됐다. 김태환 감독이 그를 내내 벤치에 앉혀놓고 대신 조성원과 조우현 ‘쌍포’를 택했기 때문. 스스로 신장의 우위를 포기하고 지난 시즌의 전략으로 돌아간 셈.

왜 그랬을까? 이날 송영진은 다득점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는 ‘제로’. 그의 가세로 내심 바란 골밑강화 효과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얘기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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