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생쥐’가 세운 제국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16분


미국에서도 월트 디즈니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모르는 어린이가 태반이다. 디즈니를 그저 버거킹이나 코카콜라 같은 상품 브랜드로 이해하고 있다. 5일로 디즈니 탄생 100주년을 맞는 유족들은 이 점을 가장 애석해 하며 디즈니가 단순한 회사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여러 행사를 벌였다. 디즈니는 20세기에 영감으로 가득 찬 삶을 살며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건설한 인물이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와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는 어린이 자녀를 둔 세계의 모든 가정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환상의 나라이다. 월트 디즈니사는 83년 도쿄에, 92년에는 파리에 디즈니랜드를 세웠다. ABC TV와 라디오방송국 등을 거느리며 연간 2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이 모든 것을 흰 장갑을 낀 생쥐 한 마리로 만들어냈다.

▷그의 아버지는 미주리주 소도시에서 신문사 지국을 경영하며 어린 두 아들에게 배달을 시켰다. 디즈니는 새벽 3시반에 일어나 다른 뉴스 보이들처럼 독자 집 마당에 신문을 던지지 않고 일일이 현관 문틈에 찔러 넣고 다녔다. 겨울에는 무거운 신문 뭉치를 안고 얼어붙은 현관 계단을 오르내리며 차가운 눈물을 흘렸다. 머리는 좋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연설을 줄줄 외워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크레용화와 수채화에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

▷그가 만들어낸 생쥐 미키와 여자 친구 미니, 도널드 덕, 플루토, 구피, 피노키오, 백설공주 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이다. 담배를 즐겨 피우던 그는 폐암에 걸려 1966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신문 잡지들은 10주년 50주년 100주년 기사를 좋아한다. 심지어 비틀스의 미국 첫 공연 10주년 기획기사도 있었다. 디즈니는 버거킹이나 코가콜라와는 달리 예술적 창조의 산물이다. 디즈니 탄생 100주년은 번득이는 영감을 바탕으로 왕성하게 사업을 일궜던 실존 인물이 있었다는 것을 미래 세대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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