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이때는 상투"…이유있는 증시속설

  • 입력 2001년 12월 4일 19시 25분



증권가에는 ‘신문에 빨갛게 물든 시황판 앞에서 활짝 웃는 투자자의 사진이 세번째 실리면 그때부터 주가는 상투’라는 속설이 있다.

증시에서 상투란 주가가 최고점에 이르러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일만 남았을 때’를 일컫는 말. 최근 주가 급등으로 벌써 신문마다 서너 번씩 ‘웃는 투자자’의 사진이 실렸으니 이 말대로라면 지금이 벌써 상투일지도 모르는 일.

증시에는 수많은 속설이 있다.

증권사 직원이나 증권 전문가들, 또 투자자들의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주가가 급등하며 유난히 상투에 대한 속설들이 증권가에 많이 나돌고 있다.

여성에 대한 편견 탓인지 아줌마가 주식 투자에 나서면 그때가 상투라는 여성비하적 속설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지점 투자설명회에 아기를 업고 나온 주부가 10명 이상 발견되면 그때가 상투’라는 속설도 이런 맥락. 직접 주문을 받는 증권사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아줌마가 돈 싸들고 ‘무조건 증권주를 사달라’고 조르면 상투”라는 이야기도 있다.

서점에서도 증시가 상투인지를 직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달 사이에 ‘이렇게 하면 증시에서 떼돈 번다’는 내용의 책이 5권 이상 출판되면 그때부터 상투라는 것. 또 신문 경제면이 아닌 사회면에 ‘주가 상승으로 여의도는 축제 분위기’라는 기사가 실리면 상투를 의심해봐야 한다.

여의도 증권맨들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북적거리면 아직은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 강남 소재 유흥주점으로 진출하면 주가가 위험해진다. 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아무개네 집은 주식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며 부모에게 항의하면 상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월가의 구두닦이와 택시운전사가 주식 이야기를 하면 그때가 주가의 최고점’이라는 속설이 있다.

상투의 반대인 ‘바닥’에 대한 속설도 있다. “자손 대대로 주식은 절대 하지 마라”는 가훈을 세우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거나 증권 전문가들이 “한국 증시 무엇이 문제인가” 등의 뒷북 보고서를 내면 그때가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가장 섬뜩한 것은 ‘증시에서 돈을 잃고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때가 바닥’이라는 속설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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