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솔로몬 판결"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7시 21분


KOC가 솔로몬의 판결을 내렸다?

16일 오후 3시 태릉국제빙상장 대회의실에 벌어진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후보도시 결정이 무주와 양평의 공동개최로 결론지어지면서 또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원칙적으로 일의 진행 순서는 무주와 양평 중 한 개 도시를 유치후보지로 선정, 2003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나서기로 했다.

IOC의 규정상 한 개의 국가에서 두 개 도시가 유치신청을 한 유래도 없거니와 경쟁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양평, 무주 둘 중의 하나가 선정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

하지만 KOC의 현명함은 두 도시의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나섰다.

유종근 전북지사의 무지막지한 정치적인 파워를 앞세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확답받은 전라도측과 국내 최고의 동계 스포츠 시설과 환경을 자랑하는 강원도의 대결.

전라도의 손을 들어주자니 누가봐도 유리한 입장인 강원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강원도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자니 유종근 지사의 정치력이 무서웠던게다.

그렇다고 KOC의 판결이 솔로몬의 판결에 비유될 수 있을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최소한 솔로몬은 누가봐도 시운스럽고 명쾌한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KOC의 판결을 일단 두 도시가 알아서 협력하고 최종 후보지는 IOC가 결정하도록 한발짝 물러난 셈이다.

국내에서 날아올지도 모르는 직격탄은 모두 피하고 최종 판결을 IOC에게 넘김으로써 자신들의 위치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양평과 무주의 거리는 230km. 두 도시를 왔다갔다하면서 치러야 하는 상황에다가 동계 스포츠 시설도 미미한 가운데 세계 각국의 유치도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하더라도 선수들의 이동 문제, 각종 지원시설, 운영상의 통일성 결여 등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국제적인 대회를 유치만 해놓고 망신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두 도시가 향후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라는 결정도 없었다. 70여명에 달하는 KOC 위원들은 ‘니네 둘이서 알아서 지지고 복아라!’라는 판결만을 내렸다.

그것도 한명의 반대자도 없이 만장일치로 말이다. 어쩌면 이런 일에만 그렇게 의견이 일치하는지...

아마도 예상시나리오는 이런 것이 아닐까!

두 개의 도시가 2003년까지 합일된 안을 만들기 위해 치고받고 싸울 것이다. 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

이 과정에서 감정 싸움의 결과로 한 개 도시가 자연스레 포기할 수도 있다. 지금의 격한 감정 상태와 한국 특유의 지역 감정을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다.

단기간적으로는 자연스런 개최도시의 포기를 예상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IOC의 현명한 판단으로 다른 나라로 후보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지 유치 경쟁에 나선 두 도시가 준비를 잘못한 것이지 절대로 KOC가 잘못한 상황은 아니다.

하라는 후보지 선정은 하지 않고 자신들이 피해갈 구멍만 생각한 결과다. 이래저래 그들의 현명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