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그놈 참 특이하네 '달콩이의 이상한 하루'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15분


달콩이의 이상한 하루/함진 그림조은수 지음/64쪽 7500원 돌베개 어린이(초등 저학년 이상)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유쾌하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처음엔 낯설지만, 자세하게 관찰해 보면 캐릭터를 이루고 있는 각 부분들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은 몸집에 머리 위에는 커다란 캡슐을 혹처럼 달고 있는 달콩이, 사전으로 만든 집에 살면서 면도날처럼 가시 돋친 말만 해서일까? 입술이 면도날인 또박이, 새하얀 깃털의 멸치 공주, 콜록 콜록 꽁초도사…. 등장인물들의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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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리 말해도 여러분이 믿기 힘든 그런…정말…이상한 나라가 있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표지를 여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이 글을 믿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곧바로 어느 이름 모를 예언자의 말이 두루마리에 적힌 채 달콩이 앞에 떨어졌으니….

솜나무들이 스스스

검은 구멍이 너울너울

초록돌 신비의 알

죽음의 벌레 군단 너머

하얀 연기가 콜록콜록 퍼지면

두건의 품에서 단잠에 빠지리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이 구절은 달콩이의 머리에 갑자기 생긴 왕캡슐 혹을 제거하기 위해 달콩이와 피피가 겪는 모험을 암시한다. 줄거리만 보자면 여느 그림책과 다를 바가 별로 없지만, 주인공들의 생김새를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함이 보인다.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캐릭터들처럼 귀엽거나 깜찍하거나 예쁜 모습이 아닌, 한번 봐서는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낯설음.

이쯤 되면 그림 작가의 이력을 아니 볼 수 없다. 함진이라는 23세의 이 젊은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찰흙놀이를 즐겨 했단다. 그가 만드는 인형들은 대부분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아주 작은 크기다. 전시된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돋보기를 사용해야 할 만큼….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그가 작업을 할 때 쓰는 재료를 보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찰흙에서부터 알약과 연고, 멸치, 담배꽁초 심지어는 씹다 버린 껌까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조차 그의 손을 거치면 눈 코 입이 생기고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난다.

이 그림책을 접한 어린이들은 처음엔 생소함으로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다가, 어느새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것은 캐릭터의 특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과 그림의 절묘한 어우러짐도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요술 공주 멸치가 찾아왔어요. 며얼치 ∼ 며얼치” 위험에 빠진 달콩이를 구하러 오는 멸치공주의 노래가 나올 때면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리기도 한다.

갖가지 효과음(비록 문자로 대신했지만)과, 주변에서 늘 보았던 사물들의 파격적인 변신이 한 편의 짧은 공상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오혜경(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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