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JOB]대졸실업, 정책실패가 키웠다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9시 09분


기업들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이 급격하게 줄어 내년 2월에 졸업할 대학생들의 태반이 ‘백수’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판이어서 고학력 실업대란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반기에 대졸사원을 선발한 사기업 공기업 채용시험에서는 보통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해 대졸자의 일자리 잡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기본 기능은 국민의 후생복지를 늘리는 것이고 그 중 핵심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데도 경제 및 교육정책의 실패로 고학력 실업난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전통적으로 고학력자들에게 대규모의 일자리를 제공한 것은 대기업들이다. 현 정부는 출범초기에 대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고 벤처 쪽에서 경제의 활로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벤처기업들은 얼마 가지 않아 거품이 빠지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는커녕 기존 인력을 감축하기에 급급하게 됐다. 정부는 뒤늦게 대기업의 출자총액 제한을 완화하는 등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이제 신규 사업을 일으키기에는 세계 경제를 비롯한 주변 환경이 나빠졌다.

산업 활동에 대한 지원보다는 규제가 심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등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현상도 일자리를 감축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땅값과 인건비가 싼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대세를 막기는 어렵겠지만 공장의 해외 이전이 늘어날수록 국내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생산기지를 많이 이전하는 중국은 외국인 투자 기업들에 땅 세금 전력 등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기업들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대학교육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의 질적인 불일치도 심각하다. 대학 정원은 급격히 늘어나 고졸자의 대부분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됐으나 대학에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부총리를 장으로 하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출범했지만 인력 양성과 교육정책을 아우르는 고학력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2월 졸업하는 4년제 25만명, 전문대 22만명 그리고 취업재수생 등 70만명의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다수의 젊은이들이 인생의 새 출발을 실업자로 시작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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