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주객전도"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5시 29분


한국시리즈 3차전이 진행된 잠실구장은 입장권 판매 1시간만에 3만여석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었다. 시리즈 3경기 연속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야구열기의 뜨거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올시즌 한국시리즈는 공교롭게 대구에서 열린 두경기가 양팀 각각 1승씩을 챙기며 7차전까지의 팽팽한 승부가 예상되는바 잠실에서의 나머지 5경기가 다 열림으로해서 전경기 매진을 기록한다면 한국시리즈만 17만여명이 경기장을 찾게 된다.

야구관계자들은 근래에 보기드문 흥행카드로 관중동원에 대박이 계속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시리즈에 명승부를 보며 비명질러야 할 야구팬들은 야구장에 입장을 못해 비명지르고, 암표에 비명지르고 있다.

잠실구장의 좌석수는 3만500석. 미처 예매표를 구입하지 못한 야구팬들은 경기시작전 3시간전부터 길게 줄을 서 현장표를 구매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3만500석의 표는 매진되고 1만원하는 일반석의 표가 일부 암표상들에 의해 3만원이상에 거래, 암표조차 없어서 못팔 정도로 한국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열기는 대단했고 표를 구하지 못한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장을 찾아 표를 예매하려했던 대다수의 팬들은 뜨거운 야구열기에 많은 관중들이 찾았기 때문에 표를 구하지 못했다며 애써 위로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3만500석의 잠실구장표가 1시간도 안돼 동이 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삼성과 두산이 직원동원용으로 10000장과 7000장을 사전 매입했고, 예약표가 8000장으로 실제 현장에서 표를 구하려 했던 대다수 야구팬들에게 돌아갈 입장권은 5000장에 불과했다.

직원동원용으로 빠져나간 2만여장의 표만 아니었다면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던 표는 2만5천여장, 그렇다면 3-4시간 줄을 서는 수고와 줄을 서고도 표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고 여기에 1만원하는 입장권을 울며겨자먹기로 3만원이상주며 표를 구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시리즈가 있기까지 야구의 열기를 이끌어 왔던 주인은 야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야구팬들이다. 한국시리즈를 볼수 있는 최우선권 또한 시즌내내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야구팬들이다.

그러나 정작 야구장에 있어야 할 팬들은 보이질 않고 딱 맞춰 입은 옷들하며 응원도구하며 어디 모 지구당 정당대회를 연상케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모습은 삼성 구단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자 계열사 임직원 1만여명을 단체로 경기장에 동원하여 세를 과시하자 이에 질세라 두산도 계열사 직원 70000여명을 동원 막불 작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야구와 관계도 없는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 응원케 하며 팬들의 빈축을 사자 야구에 관심 있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단체로 구입해서 하등 문제가 없다며 직원들의 야구장 차지는 당연시 하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다보니 1루측이나 3루측에는 구단직원들로 가득들어차 버렸고 좀더 가까이에서 보길 바랬던 야구팬들은 외진 외야쪽으로 밀려나 버렸다.

야구장표를 구매하고 그나만 외야에서라도 야구를 볼 수 있었던 팬들은 그나마 행복하다. 장시간 줄을 서고도 아무 영문도 모른채 예매문화에 익숙치 못한 자신들을 탓하며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야구팬들의 심정은 어떨까?

야구도 모른채 회사의 지시에 따라 막대풍선을 흔들고 고함치고 과연 그들이 그라운드에 주인일까? 아마도 이번 한국시리즈가 끝날때까지 그들은 경기장의 가짜 주인노릇을 할 것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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