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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2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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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서문로 대구종로초등학교 윤태규(尹太奎·50·아동문학가) 교사는 10년째 손톱깎기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손톱이 긴 아이들에게 위생지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에겐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어요. 부모나 교사라고 해서 아이들의 섬세한 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손을 잡고 손톱을 다듬어주면서 이야기를 해보면 아주 달라집니다. 말썽을 부리는 아이도 마음을 보여줍니다. 손톱을 다듬어주는데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인 듯합니다.
윤 교사가 2000원짜리 손톱깍기로 아이들의 마음의 문 을 열기 시작한 것은 지금은 폐교된 대구 달성논공초등학교에 근무하던 90년. 온갖 나쁜 짓을 하던 6학년 학생의 긴 손톱을 깍아주며 이야기를 하자 굳게 닫았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이들은 걱정거리가 있어도 일기에는 잘 표현하지 않습니다. 교사나 부모 같은 어른들이 헤아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요. 말을 잘 안하는 아이, 걱정 있는 아이, 싸움질하는 아이, 공부를 못해 헤매는 아이,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 아이에게 그냥 손톱을 깍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면 효과적입니다.”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1반 학생 35명 중 지금까지 윤 교사가 손톱을 깍아준 아이는 20명 가량. 별명이 ‘호빵맨’인 신영호군은 “꼭 우리 아버지 같다”고 좋아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공부 이전에 친밀감이 넘쳐야 합니다. 손톱을 깍아주려면 손을 잡고 눈도 맞춰야 합니다. 이 순간 주고받는 교감(交感)으로 아이들은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옵니다.”
<대구=이권효기자>sapi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