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요즘 은행들 "수익이 왕"…소액고객 푸대접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자영업자 홍모씨(36·서울 은평구 역촌동)는 평소처럼 가게 앞 한빛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며 푸념이다. 1만원권을 내고 50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으로 교환해달라는 요구에 창구직원은 “저희 은행에 계좌가 없는 만큼 500원의 수수료를 떼야 한다”고 말했던 것. 홍씨는 “기다린 시간은 아까웠지만 돈을 내고 동전을 바꿀 순 없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너도나도 ‘수익성 제고’를 부르짖고 있다.

올해초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으로 촉발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튀는’ 경쟁으로 고객들은 혼란스러울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수수료가 오르고 신설되는가 하면 소액거래 고객은 ‘찬밥’ 대우도 참아야 한다.

은행들은 “공익성을 벗어나 상업 기관으로 태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고객들은 “서비스는 달라지지 않으면서 부담만 늘고 있다”며 불만이다.

▽돈 되는 고객만〓한미은행은 8월부터 경인지역의 7개 점포에서 70만원 이하의 창구 입출금 거래를 금지시키고 있다.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 소액거래는 자동화기기로 옮겨 관리비용을 낮추겠다는 것. 대구은행도 12월부터 창구에선 50만원 이하의 입출금은 금지토록 하고 이를 시범 운용할 점포의 신청을 받고 있다. 창구에서 입출금거래 한 건을 처리하는데 드는 원가가 1500여원에 이르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이 서비스를 무한정 공짜로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

▽신설 수수료 러시〓올초만 해도 낯설었던 ‘계좌유지 수수료’의 경우 사실상 모든 시중은행이 도입한 실정. 수수료를 받거나 소액계좌에 대해서는 이자를 주지 않기 때문. 국민 주택 한미은행 등도 자기앞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를 받는다.

합병을 앞둔 국민과 주택은행은 22일부터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며 거래내용을 조회할 때도 수수료를 새로 받을 예정. 은행권에선 “김정태 행장이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수료 인상에서도 선도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빛은행이 4일부터 동전교환에 수수료를 받고 있다.

▽타행 고객은 가라〓은행들의 골칫거리는 타행고객. 이들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주택은행은 9월 말부터 경기 수원지역의 14개 점포에서 타행고객 차별화정책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공과금을 내려는 주택은행 고객은 대기표를 뽑을 필요없이 지로용지와 계좌번호를 적은 용지를 봉투에 담아 사물함에 넣고 돌아가면 은행이 알아서 계좌에서 공과금을 인출하는 것.

주택은행 관계자는 “몇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공과금 납부 고객의 40%가 타행 고객”이라며 “비거래고객의 은행 이용 수수료를 대폭 올릴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두영·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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