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외국인 수필공모전 수상 중국인 유학생 6명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9시 01분


16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이야기’ 수필 공모전 외국인 부문 수상자 가운데 6명이 현재 한 ‘둥지’에서 살고 있다.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 베이징(北京)대, 상하이(上海)외국어대 등 중국 각지 명문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엘리트들로 벌써 ‘한국통’이 돼버린 이들을 17일 오후 가을 향기 물씬 풍기는 경희대 캠퍼스에서 만나 ‘서울살이’와 한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이 뭘까? 빼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외국인 특별상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셰충(謝瓊·22·여)은 ‘서울 여자들’을 단연 으뜸으로 꼽았다.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 그곳 여성들의 얼굴과 옷차림에서 한 도시의 이미지를 단번에 포착하게 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공통된 의견. 그가 느낀 전형적인 또래 ‘서울 여자들’의 이미지는 ‘윤기 나는 머리를 세련되게 염색하고 작은 휴대전화를 목에 건 채 친구와 함께 예쁜 액세서리를 고르는 모습’이었다. “서울 여자들이 유난히 멋 내는 데 관심이 많은 것은 이곳이 쇼핑의 천국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싸고 예쁜 옷, 액세서리, 팬시용품 등이 길거리마다 넘쳐나잖아요.” 지금은 그 자신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화여대 앞, 동대문으로 달려가는 ‘쇼핑족’이 돼버렸다. ‘엽기토끼, 탤런트 원빈, 동대문 쇼핑센터의 바겐세일기간….’ ‘예쁜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 발랄한 아가씨를 설레게 하는 문화 코드들이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을지 궁금했다. 교포 2세인 허청진(河成錦·22·여)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면서부터 한글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는데도 그 동안 쌓은 실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가 감각적인 샤사오강(夏少剛·22)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 “먼저 한국 패션회사에 들어가 한중 패션 교류에 힘쓰고 싶다”는 것이 이 청년의 포부이다.

한국어 교사, 한국계 무역회사 근무 등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한국어는 꿈에 날개를 달아줄 고마운 존재인 셈이다.

다들 신세대답게 민첩하게 움직여서인지 한국에 도착한 지 3개월 만에 신촌, 코엑스몰, 명동 등 웬만한 ‘물 좋은 곳’은 다 가봤다.

누군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다고 알고 있던 한국에서 여자가 남자를 마음껏 후려치는 ‘도발적인’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영화 하나 보는 것도 다 공부라는 생각에 되도록 많은 문화를 접하려고 노력한다.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서울의 이미지 중 하나가 ‘바쁨’. 첸한치(陳涵綺·22·여)는 “새벽부터 활기를 띠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부터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모습에서 ‘바쁨의 미학’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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