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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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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협력의 돌파구 마련▼
8월 4일 북-러 정상회담이 끝난 뒤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에는 ‘남북한의 합의 존중’ ‘외세의 개입 없는 남북한 대화의 계속’ 등이 강조됐다. 김 위원장이 2003년까지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컸다.
정상회담 직후인 8월 6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남북한 대화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그 하루 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남북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움직임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즉 미국이 지리적으로는 동북아 지역에 속하지 않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상당히 중요한 구실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러시아와 남북한의 3자 혹은 다자간 경제협력의 중요한 돌파구를 열었다. 먼저 한반도종단철도의 복원과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와의 연결이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는 2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먼저 합의된 것이다.
이어 8월 14일 러시아 철도부 장관은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협력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철도부는 북한철도 현대화를 위해 5억달러 규모의 특별예산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한국 철도청장이 이끄는 조사단이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주요 지점인 하산과 노보시비르스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을 방문한 후 모스크바에서 철도 연계문제를 논의했다.
이와 함께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카브이크틴스키 가스전에서부터 중국과 북한을 통과해 한국으로 가는 가스관 건설 사업도 가시화됐다. 지난해 11월 한국가스공사(KOGAS)는 러시아의 ‘러시아 페트롤리움(RP)’ 및 중국의 ‘차이나 페트롤리움’과 가스개발 및 운송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에도 북한의 동의가 필요했다. 북-러 정상회담 후 9월 6∼7일 KOGAS 대표단이 평양에서 이 문제를 북한측과 협의했다. 한국측에서는 가스공사 말고도 LG 등 9개 기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일 북한은 ‘선결 조건’ 없는 남북한 장관급 회담의 재개를 제의했으며 한국이 동의해 9월 15∼17일까지 회담이 열렸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미국 새 행정부의 제동으로 중단됐던 남북한 대화가 재개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남북한과 주변국에는 선거를 앞둔 정쟁 등 국내 정치 전개와 관련된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에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중요성이나 국가적 이익 또는 운명이 걸린 문제도 있다. 이런 범주에서 보면 철도 연결이나 가스관 송유관 건설 등은 내부의 정치쟁점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과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경제교류의 화해 효과 주목을▼
북한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든 말든 미군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에서 철수하지 않는다. 또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북-미 대화에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문제삼는다 해도 북한은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결코 재래식 전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문제 해결을 늦출 뿐이다.
우리는 최근의 몇 차례 경험을 통해서 경제나 사회분야에서의 접근정책이 정치적인 강력한 ‘압박정책’보다 더 효과적이며 건설적이었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 교훈을 통해서 경제협력을 통한 화해 움직임을 되돌리지 말고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노다리 시모니야(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소장)imemons@onlin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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