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 대망론' 힘얻는다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39분


“이젠 ‘굳히기 전략’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

“굳히기가 어떤 전략인데?”

“2위와 경기차가 많은데 1위자리는 맡아놓은 것 아니에요?”

“아직 몰라.야구는 끝까지 해봐야 알지”

‘코끼리’ 삼성 김응룡감독은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겁이 많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점수차에 상관없이 보내기 번트를 줄기차게 대는 약간 ‘소심한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 것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김감독은 “워낙 변수가 많은 게 야구다.어이없이 뒤집어지는 경기를 수도 없이 봐왔다”며 “감독자리에 한번 앉아봐라.경기가 끝날 때까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순위다툼과 개인기록경쟁이 유달리 치열해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2001프로야구. 김감독의 말과는 달리 한가지 확실한 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다.

12일 현재 삼성은 76승42패(승률 0.644)로 2위 현대(67승3무48패)에 7.5경기차로 앞서 있다.우승에 필요한 ‘매직넘버’는 ‘8’.남은 15경기에서 8승만 거두면 2위 현대가 15경기에서 전승을 하더라도 자력우승이 가능한 상태다.

페넌트레이스 1위는 1987년 이후 14년만의 일. 당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해태(현 기아)에 패해 눈물을 흘렸었다.

화려한 멤버구성을 자랑하는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1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선수면면을 볼 때 지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임창용 김현욱 김기태 마해영 김동수 진갑용 등 각 팀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싹쓸이’했고 용병 역시 갈베스-마르티네스-바에르가로 최고수준. 더구나 사령탑엔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이끈 김감독이 앉아 있다. 김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아홉 번 나가 모두 팀을 우승시킨 ‘승률 100%’의 승부사.

삼성으로선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을 절호의 기회다. 다만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눈앞에 둔 삼성에게 ‘걸림돌’은 ‘우승 징크스’와 ‘현대 징크스’. 그동안 삼성 선수들은 빅게임에선 유난히 힘을 못쓰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올시즌 유일하게 8승11패로 열세인 현대가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올라온다면 최강전력의 삼성도 쉽게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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