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들 "돈 써주는 고객이 王"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6분


한빛은행의 이덕훈 행장은 “은행에서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예금만 하지 말고 대출도 좀 받아라”고 조언한다. 넘쳐나는 자금을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은 은행으로서는 예금만 하는 고객이 반가울 리 없다는 것.

지점장에 대한 능력평가도 달라졌다. 이전엔 예금을 많이 유치해야 유능한 지점장이었지만 이젠 대출실적이 고과를 좌우한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 없는 일반대출에 비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부실화의 위험도 작아 시중은행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고객들의 처지에서도 대출금의 1% 안팎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근저당 설정비를 받지 않는 시기를 활용할 만하다. 은행별로 △설정비 면제의 조건과 중도상환 수수료가 다르고 △고객에 적용하는 가산금리체계가 다른 만큼 대출 받기 전에 비교해보는 게 좋다.

▽근저당 설정비 면제 부활〓올초 시중은행들은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를 없앴다. 그러나 6월 말 국민 주택 신한 하나 등 적잖은 은행들이 ‘출혈경쟁’으로 은행의 부담이 크다며 면제혜택을 없앴다. 그러나 2개월여 만에 이들 은행은 더 강화된 서비스를 내세우며 슬그머니 설정비 면제를 부활하고 있다.

4일부터 설정비를 받지 않는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엇비슷한 상황에서 설정비를 받으니 다른 은행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영업점의 민원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전엔 아파트 담보대출에만 설정비를 면제했지만 이젠 연립 빌라 등 주택에도 설정비를 받지 않는다.

신한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1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의 설정비를 받지 않는 데 이어 ‘장기안전대출’이라는 신상품도 내놓았다. 이는 상가 오피스 일반대지 등을 담보로 한 대출에도 설정비를 받지 않는 것. 또 같은 시기 면제혜택을 없앴던 주택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농협과 기업은행도 3일부터 면제혜택을 재개했다.

결국 평화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서 근저당 설정비를 받지 않는 셈이다.

▽일반대출 경쟁도 치열〓포화상태에 이를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이어 일반 가계대출 시장의 경쟁도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사이버 론의 대출금리를 0.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0.5%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지점대출에 비해 0.7%포인트 싸게 빌릴 수 있다. 최저 금리는 연 9.55%.

서울은행도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고 2000만원까지 무보증 대출을 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연 9.75∼10%이지만 서울은행의 인터넷 뱅킹에 가입하면 연 9.75%의 금리(보증보험료 1.42%는 별도)를 적용 받을 수 있다.국민은행은 10월 말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국민종합통장 자동대출’(마이너스대출)의 확대를 위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실적이 우수한 지점은 포상과 함께 높은 고과도 받게 된다. 조흥은행도 해당 본부별로 ‘연초 목표 대출액의 20% 올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은행별 주택담보 대출금리 비교(단위:연%)

은행

3개월CD연동형

근저당설정비 면제 여부

국민

7.01

2000만원 이상 3년 이상 대출하면 면제

주택

6.95∼7.35

24일부터 면제 재개

한빛

6.91∼7.01

3년 이상 대출하면 면제

조흥

6.31∼6.61

3년 이상 대출시 면제

외환

6.51∼7.61

2000만원 이상을 3년 이상 대출하면 면제

하나

6.9∼8.0(자체변동금리)

2000만원 이상을 3년 이상 대출하면 면제

한미

7.01∼7.51

3000만원 이상을 2년 이상 대출하면 면제

신한

6.81

면제시 금액과 기한에 제한없음

제일

최저 7.06

10년 이상 대출할 경우 면제

서울

7.11

2000만원 이상을 3년 이상 대출하면 면제

농협

6.81

3일부터 면제 재개. 3년 이상 대출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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