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이슬람 문명 올바로 이해하기-이슬람'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5분


◇ 이슬람문명 올바로 이해하기-이슬람/이희수 이원삼 외 지음

408쪽 13000원 청아출판사

유엔이 올해를 ‘문명간 대화의 해’로 정한 것을 계기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이슬람문화권에 대한 소개가 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13억명의 55개국에 달하는 거대한 이슬람문화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빈약하고 그나마 온통 오류투성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이슬람권 연구가 가장 취약하다는 오명도 함께 갖고 있다. 때늦긴 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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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종교체계만이 아니라 삶과 종교가 일체를 이룬 독특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무슬림들의 일상적인 생활 모습과 그들의 종교적 율법간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치, 경제분야에서 뿐 아니라, 전쟁, 협상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그들이 항상 이슬람의 깃발을 앞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슬람은 적어도 무슬림들에게는 삶 그 자체와 동일시된다. 이것이 정교(政敎)분리의 세속적 가치관에 익숙한 서구인들이나 우리가 이슬람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이슬람 세계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든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 50여년 동안 이슬람권과 첨예하게 대립하여 온 미국중심의 사고와 인식의 틀을 통해 이슬람 세계를 이해해 왔다.

이제 우리도 모처럼 이슬람 세계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관련서적 하나를 갖게 되었다. 세계 최대 종교문화권인 이슬람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왜곡과 편견 투성이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속 시원하게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은 없었다. 몇몇 책은 너무 학문적이거나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을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비전문가에 의한 번역 중심의 책은 딱딱하기도 하려니와 이슬람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오히려 오해를 배가시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우선 이슬람을 종교로서가 아닌 문화적 체계로 보고 이슬람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이 살아가는 일상생활을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은 이슬람의 근본원리를 소개하고 이어서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이란 말의 허구성, 지하드와 이슬람원리주의의 실상, 팔레스타인 분쟁의 전개와 해결방안, 소수민족 분쟁과 유혈충돌의 배경, 이슬람법의 내용, 일부다처와 여성억압의 문제, 문학과 예술활동, 무슬림들의 음식과 금기, 관혼상제, 이슬람 국가를 움직이는 지도자들, 이슬람지역의 세계문화유산 등 이슬람과 이슬람 문화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와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슬람이 발아한 중동은 인류가 처음으로 문명을 일구어낸 땅이다. 이슬람은 다양한 이념들이 함께 하는 조화의 산실인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1400년 동안 화해와 용서, 절충과 합의를 통한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서구인들은 역사적 근거도 없이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이란 말로 이슬람이 호전적인 종교인양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해왔다. 특히 20세기 들어 중동전역이 강대국의 식민통치에 빠져들며 민족과 종파간의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강대국에 저항할 수단이 없어진 극소수 이슬람 급진세력이 폭력투쟁에 나서고 있지만 이슬람권에도 우리와 똑같은 피를 가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이책의 설명이다.

무슬림들은 사람의 탄생에서 성장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철저하게 신의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 책은 생활과 언어, 통과의례 등을 통해 무슬림들의 삶의 모습을 객관적 시각에서 추적한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에서 시작되어 고려와 조선 초기로 이어지는 우리 나라와 이슬람권 사이의 역사적 문화교류와 상호 문화적 영향도 재미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최대의 밀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에 이르기까지 새롭고 흥미 있는 서술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2년 이상이 걸린 방대한 집필작업에는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이슬람학 관련 소장학자 12명이 대거 참여하였다. 이슬람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학자들이 실제로 유학한 지역에서 얻은 오랜 현장체험과 살아 있는 생생한 현지 정보를 이 책에 담았다. 무엇보다 이 것이 이 책의 최대 강점일 것이다. 또한 각 단원의 소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쉬운 문체를 썼고 내용에서도 평이한 문장과 자세한 설명이 어우러져 대중적인 글쓰기에도 성공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여러 사람이 공동 집필하였기 때문에 문맥의 흐름이 일부 부자연스럽고, 서술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 할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이 갖는 중요성에 비하면 그 흠은 작은 티끌에 불과하다.

멀리 통일신라 때부터 우리 문화와 밀접한 교류를 해 온 세계. 원유의 70%를 도입하고 가장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로 부상해 있는 지역이 이슬람권이다. 어느 때보다 이슬람 세계와 동아시아의 대화와 협력이 절실하게 느껴지던 차에 선보인 이 책이 이슬람과 이슬람 세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한-이슬람권관계의 바른 정립에 기여하리라 기대해 본다.

손주영(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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