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US오픈]샘프라스 "나 아직 멀쩡해"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41분


피트 샘프러스
피트 샘프러스
8강에 올랐을 뿐인데도 마치 우승이라도 한듯 감격적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주먹에 입을 맞추더니 코트를 펄쩍펄쩍 뛰었다.

평소 과묵한 스타일로 쇼맨십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의 달라진 모습에 2만5000여 관중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대회 개인 통산 최다승기록(13승) 보유자인 ‘테니스 황제’ 피트 샘프러스(30·미국)는 올 들어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한 신세였다. 지난해 윔블던 우승을 끝으로 14개월 동안 17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우승이 없었다. 그의 자존심에도 조금씩 상처가 났고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곱씹어야 했다.

하지만 샘프러스는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에서 전혀 사그라질 줄 모르는 투혼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4일 뉴욕 플러싱메도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남자단식 4회전. 최근 부진으로 시드가 10번까지 밀려난 샘프러스는 올 윔블던 준우승자인 6번 시드의 강호 패트릭 라프터(호주)를 3-1(6-3, 6-2, 6-7, 6-4)로 누르고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샘프러스는 강력한 서비스를 앞세워 20개의 에이스를 올렸고 과감한 네트 공략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또 60개의 위닝샷을 날렸고 에러는 14개에 그쳐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다.

대회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리는 샘프러스는 자신보다 한 살 더 많은 또다른 노장 안드레 아가시(미국)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황혼의 결투’를 하게 된 샘프러스와 아가시는 90년과 95년 US오픈 결승을 포함해 31차례 맞붙었다. 통산 전적에서는 샘프러스가 17승14패로 앞섰으나 최근 3경기에서는 아가시가 모두 이겼다. 샘프러스는 “산 넘어 산처럼 이보다 더 험난한 대진은 없다”며 “그를 꺾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가시도 “샘프러스와는 20년 전쯤 12세 이하부에서 뛸 때 처음 싸웠는데 그때는 내가 더 키가 컸다”며 “멋진 경기가 될 것 같고 팬이라면 우리 둘 다 이기기를 원하겠지만 정상을 향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여자단식에서는 올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 이어 메이저 3승의 야망을 품고 있는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가 바바라 셰트(오스트리아)를 2-0(6-3, 6-3)으로 제치고 8강에 안착했다. 지난해 챔피언인 4번 시드의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도 상드린 테스튀드(프랑스)를 54분만에 2-0(6-4, 6-0)으로 완파, 8강에서 킴 클리스터스(벨기에)와 싸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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