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MVP판도 안개속…호세 이승엽 등 막상막하

  • 입력 2001년 8월 30일 18시 29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꼭 들어맞는 경우였다.

올 시즌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인 롯데 ‘수입 갈매기’ 호세와 삼성 ‘라이언 킹’ 이승엽이 28, 29일 이틀간 맞대결을 펼친 대구구장.

최근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6번으로까지 밀렸던 이승엽은 스트레스에 따른 신경쇠약과 몸살로 아예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호세는 삼성 투수진이 경기 초반 볼넷을 남발하자 후반에는 헛방망이만 휘두르며 스스로 무너졌다. 2경기에서 고의볼넷 1개를 포함해 4개의 볼넷을 얻었고 삼진도 4개를 기록. 안타는 1개에 불과했고 트레이드마크인 홈런과 타점은 올리지도 못했다.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풀이 죽어 있는 동안 29일 광주구장에선 두산의 ‘심대포’ 심재학과 ‘흑곰’ 우즈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LG시절 워낙 방망이가 맞지 않아 투수로 전향하기까지 했던 심재학은 지난해 현대를 거쳐 올해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뒤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프로야구 최고타자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호세가 홈런 타점 등 타격 4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심재학의 활약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 심재학은 29일 기아전에서 연타석 홈런 등 4타수 3안타의 맹타로 타율을 0.358로 끌어올려 SK 에레라(0.353)와 호세(0.351)를 따돌리고 타율 1위를 질주했다. 장타력과 출루율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타격 5개 부문에서 톱10에 올랐다.

용병 원년인 1998년 42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코리안 드림’을 일궜던 우즈도 이날 시즌 29호 홈런을 쏘아 올려 호세와 이승엽(이상 31개)을 코앞까지 추격했다.

이에 따라 호세와 이승엽의 2파전이 될 것처럼 보였던 올해 MVP 판도는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혼전양상으로 변했다. 현재 성적으로만 보면 호세가 약간 앞서 있지만 심재학의 ‘깜짝 변신’이 돋보이고 이승엽과 우즈는 홈런왕을 차지한다면 역시 MVP 1순위 후보가 되기 때문.

이밖에 다승 공동 1위(13승)와 구원 2위(24세이브포인트)에 오르는 등 데뷔 8년 만에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LG 투수 신윤호가 다승과 구원의 ‘두 마리 토끼사냥’에 성공한다면 MVP 판도는 또 한번 큰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