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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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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는 루이스가 2차 세계대전기간인 1941년 8월부터 1944년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행한 BBC 강연을 모은 작품. 19세기 서구인들이 포이에르바하의 ‘기독교의 본질’을 읽고 기독교에서 유물론으로 건너갔다면 20세기 서구인들은 이 책을 읽고 다시 유물론에서 기독교로 건너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다.
김종우 총신대 교수는 “루이스의 기독교 변증은 전통적인 기독교 변증과는 달리 지극히 상식적인 관점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으로 기독교의 본질을 이만큼 명쾌하게 설명한 책을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루이스의 기독교 저작은 국내에도 꽤 번역돼 있지만 저작권을 가진 영국 루이스협회와 정식 계약을 맺고 책을 출간한 것은 홍성사가 처음. 홍성사는 1998년 루이스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루이스의 저서를 체계적으로 출간키로 하고 작년 첫 권으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냈다. 이번에 ‘순전한 기독교’를 출간한데 이어 앞으로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 ‘기쁨에 놀라(Surprised by Joy)’ ‘슬픔의 관찰(A Grief Observed)’ 등도 차례로 펴낼 계획이다. 번역에 공을 들이기 위해 한해에 한권정도만 출간한다는 방침이다.
규장문화사 편집장 김웅국 목사는 “국내에서 2, 3년전부터 20, 30대의 지성적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루이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루이스의 글은 영국 문학의 문화적 배경을 알지 못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나 표현이 많은데 과거에 번역된 책들에는 무슨 말인지 알수 없는 부분이 많아 제대로 된 번역의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서 ‘나니아 왕국시리즈’를 쓴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30년대 옥스퍼드 대학에는 중세의 신화나 민담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암시(The Inklings)’라는 클럽을 결성했는데, 여기에는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을 쓴 J.R.R.톨킨(1892∼1973)과 같은 환상문학의 대가들이 참여했다. 루이스의 ‘나니아 왕국시리즈’는 2차 세계대전시 시골의 숙부집으로 피신한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다 옷장속에 숨으면서 나니아라는 환상속의 왕국으로 들어가 겪는 이야기. 이 소설의 신화적 상상속으로 파고들면 기독교적 구원의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루이스는 날카로운 지성과 한계를 모를 상상력을 지녔으면서도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과 슬픔을 깊이 체험한 사람이다.
루이스와 부인 조이 그레샴의 가슴아픈 러브스토리는 ‘섀도우랜드’라는 영화로 제작돼 93년 국내에도 개봉됐다. 이 영화는 불치의 골수암에 걸린 여인을 만나 58세의 나이에 첫 결혼을 하고 4년후 그 여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루이스의 슬픈 사랑을 그린 것으로 타임지에 의해 그해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
루이스는 아내가 죽은 후 ‘슬픔의 관찰’을 쓰는 등 신이 창조한 질서속에서 인간이 겪는 고통의 문제를 다룬 많은 저서를 남겼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