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조태현/금융경쟁력 조직융합에 달렸다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13분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사상 유례 없는 대변혁을 겪었다. 퇴출과 구조조정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합병이 줄을 이었으며 이제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또 다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기업조직은 지속적으로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특히 인수나 대형화를 위한 합병이 이루어지고 난 후 조직변화는 필수적이다. 이때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어떻게 빨리 융합할 수 있을지가 당면과제로 등장한다.

기업문화는 구성원들의 공통된 가치관이나 신념으로 그 기업을 특징지을 수 있는 구성원간의 일체감 또는 정체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문화는 기업의 장기비전을 이끄는 근간이고 최고경영층의 경영방침을 결정하는 기준이며, 가치관이 다른 구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 소속감을 높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 기반을 제공해 준다. 아울러 인적자원 관리의 원칙과 조직시스템의 방향을 예측하는 기반이 되며, 대외적으로는 사회적 이미지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씨티그룹이나 BOA 등 선진국의 초우량은행들은 경영이념을 분명히 하고 이를 경영전반에 반영해 제도화하고 있으며, 비전과 꿈을 제시함으로써 구성원들의 행동을 유도한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업들은 내부 의사소통이나 상업주의적 체질 등 여러 면에서 선진 외국에 비해 미흡하다. 따라서 새롭고 강한 금융기업문화의 개발과 정착이 시급하며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조직구성원의 행동과 사고방식 등 가치의식을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 금융기업을 벤치마킹해 강약점을 분석한 뒤 지향하는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독특한 금융문화를 개발하여야 한다.

둘째, 혁신적 조직풍토와 구성원의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 조직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의식과 불굴의 도전정신, 상업주의에 투철한 마케팅 마인드가 새로운 조직문화 속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이는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원칙과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통한 동기부여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셋째, 고객밀착과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이미지 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차원 높은 서비스 제공과 이익의 환원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강한 문화를 형성하려면 명확한 목표설정과 체계적 추진 그리고 최고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금융기업의 경쟁력은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을 가질 때 높아진다. 그리고 체질강화의 핵심은 외부환경과 내부통합 과정을 거쳐 형성된 조직문화에 있다고 할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돼 초대형 은행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통합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조직융합이 중요하다. 화학적 통합이 이루어져야만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 태 현(한국금융연수원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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