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쟁점토론]시민단체의 지방선거 후보자 출마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49분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 시민단체가 직접 후보를 내고 참여하는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다. 시민단체의 지방선거 참여를 찬성하는 측은 지방자치제의 문제를 시민단체의 감시나 자문 역할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직접 후보를 내 정치 중심의 지자제를 참신한 운동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은 정치집단과 목적과 지향이 다른 시민단체가 지방선거에 참여하면 시민운동이 정치화해 시민단체의 기반을 상실하고 시민운동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찬성/지자제 문제점 직접 해결▼

시민운동은 시민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공동의 선(善)을 실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시민운동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배제해야 하며, 단체의 활동가들은 이 점을 명심해 자신의 순수성을 견지해야 한다. 분명히 시민단체의 생명은 순수성에 있다.

우리는 최근 시민단체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거나 부도덕한 행동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개인적 야심에 따라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정치권에 투신한 경우도 그 순수성을 훼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참된 정치적 활동은 그 순수성의 훼손이 아니라 오히려 순수성을 견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오늘날 정치적 활동이란 정치가 개인이나 그들이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심지어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 행동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현실 때문에 시민단체의 참된 정치 참여는 정당성을 갖는다.

특히 지방자치제의 시행 목적과 현실을 고려해 보면 시민단체의 정치적 참여는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10년 가까이 우리는 지방자치제의 정착을 통해 참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치달았다. 지자체 선거는 중앙 정치권에 의해 좌우되고 때로 불법으로 얼룩졌으며, 선출된 단체장이나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시민사회의 공동체적 발전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지방자치제 시행상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단순히 시민단체들의 감시기능이나 자문역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지자체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하겠다.

물론 시민단체의 지방 선거 참여가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여러 의문들은 남는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라고 해서 모두 순수한가? 단체장이나 의원으로 선출된 뒤에도 과연 그 순수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또 다른 문제로는 시민단체들이 직접 지방 선거에 참여하게 되면 선거과정에서 누가 감시 및 중재 활동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의문들은 시민단체의 지방 선거 참여의 정당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참여 과정에서 매우 신중해야 하며, 전략적으로도 치밀해야 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시민단체 소속 후보들은 엄격한 과정을 통해 선정돼야 하며, 이들이 당선된 뒤에도 순수성을 견지하도록 계속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방 선거 참여를 위한 별도의 위원회를 지역별로 구성해 기존 시민단체의 역할과 목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병두(대구환경운동연합 부의장·대구대 교수)

▼반대/시민운동 권력화돼서야▼

시민단체의 지방선거 참여는 그 역사가 짧지만은 않다. 여성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여성의 정치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여성후보를 지원해 왔고, 환경단체들은 친환경적인 후보를 선정하여 지원했다. 지역 차원에서도 참신한 후보, 좋은 후보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현재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선거 참여는 시민단체가 직접 후보를 내자는 것으로 과거와는 다른 쟁점이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분들이 개별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다. 그렇지만 시민단체의 직접적인 선거참여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크고, 정당화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시민운동 역시 광의의 의미에서 정치적 행위이며 인적 개혁 없이 지역정치 발전은 요원하고,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도 일면적으로 옳다. 그렇지만 시민운동이 그 모든 것을 해야 하는가? 정당구조가 허약하고, 지역감정으로 왜곡되었다고 해서 시민운동이 정당을 대체해야 하는가?

시민운동은 그 본질적 의미를 갖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개혁적인 정치세력과 연대, 협력하는 것이지 시민운동이 정치 세력화의 전초기지가 돼서는 안 된다. 시민운동의 목적과 지향은 정치집단과 다르다. 정치집단은 궁극적으로 권력 장악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시민운동은 그렇지 않다. 시민운동은 오히려 시민 개개인이 권력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것(empowerment)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시민운동은 스스로 권력화하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막아야 한다. 항상 시민이 권력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작은 권력도 분산해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참여적 시민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시민사회가 활성화될 수 있고, 시민사회가 활성화될 때에만 시민운동의 지반이 튼튼해질 수 있다.

시민운동이 갖는 사회적 정당성과 도덕적 우위는 이러한 원칙이 바로 지켜질 때에만 세워질 수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선거 참여는 이러한 시민운동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한다. 시민단체가 정치집단과 경쟁하고, 시민단체의 장이 권력의 중심(도지사, 시장, 군수)으로 진출하는 모습은 기존 정당보다 좀 개혁적인 정치세력의 모습일 뿐이다. 이런 모습으로는 정파적, 경제적, 집단적 이해관계와 갈등 속에서 시민적 공론을 형성하고, 시민 개개인의 주체적 성장과 변화를 촉진하는 시민운동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시민운동은 단지 정치적 개혁세력이 아니라 역사적 창조세력이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 환경파괴, 이기주의로 파괴된 세상을 생명에 대한 외경, 공동체의 따뜻함, 문화적 감수성과 민주적 관계망으로 엮어진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은 오히려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일터와 삶터로 더 낮추어야 한다.

김기현(한국YMCA전국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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