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나스닥 기술주 실적발표에 국내증시 '껑충'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58분


‘인텔 효과’의 재현인가.

6월초 인텔이 예비실적을 발표하면서 급등세를 탔던 우리 증시가 이번에는 모토로라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호전 전망에 가파른 급등세를 보였다. 11일 미국 증시 장 마감이후 모토로라, 야후, 마이크로소프트의 2·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한다는 소식에 시간외거래와 나스닥 장외선물지수가 급등한 탓이다.서울 증시는 개장부터 급등세로 시작해 장 막판에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승종목은 574개로 개장이래 가장 많았다. 상승폭도 4.09포인트(6.01%)로 1월22일 7.91% 상승한 이후 가장 높은 것.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3인방도 오랜만에 상한가의 맛을 보았다.

▽상승세 이어갈까〓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급등장세를 4월 미국 증시의 단기랠리와 6월초 ‘인텔효과’와 비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4월 단기랠리로 치달았던 장보다는 6월초 ‘1일 천하’로 끝난 인텔 효과에 오히려 더 가까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즉,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으며 이머징마켓의 불안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여전히 악재가 남아있다는 것.

현대증권 유용석 선임연구원은 “4월 단기랠리 때는 미국 금리 인하 효과가 가세해 한달 여 간의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이번 급등세는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토로라나 야후의 실적 발표도 예상치보다 좋았다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내용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6월 8일 상황과 가깝다는 것. 당시 인텔이 2·4분기 실적이 목표치에 도달할 것 같다는 발표에 미 증시의 폭등과 함께 우리 증시도 ‘인텔 효과’로 종합주가지수가 20.64포인트나 급등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이어진 주니퍼 네트웍스의 실적악화 발표로 하루 만에 급락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유용석 연구원의 분석.

삼성증권 손범규 수석연구원은 “어차피 기술적 반등이 예고된 지수대에서 실적이 괜찮다는 소식이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 같다”며 “하지만 4월과 6월에는 외국인이 가세했지만 오늘은 외국인이 매수세에 가담하지 않아 수급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조원 가량의 순매도 행진을 하며 이날도 매도세를 유지했다.

LG투자증권 전형범 연구원은 “미국에서 13일(현지시간) 발표될 6월 생산자물가와 소매판매동향을 지켜봐야 지수 방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주 다시 뜰까〓나스닥 기술주 중 대표적인 인터넷주인 야후의 실적 호전 발표와 함께 국내 코스닥시장의 인터넷 3인방도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한 점에 시장은 의미를 부여. 야후는 11일(현지시간) 2분기 중 1억822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퍼스트콜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기대치인 1억751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야후가 실적 발표와 함께 장외시장에서 13% 이상 급등하자 국내 대표적 포털업체인 다음도 주가가 개장 40여분 만에 상한가에 진입했다. 그 뒤를 이어 새롬기술과 한컴이 차례로 상한가 반열에 합류했다. 이들 종목이 ‘사이좋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두 달여 만에 있는 일.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기술적 반등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요즘처럼 실적을 중시하는 장세에서 국내 닷컴기업은 아직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박현진·박정훈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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