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의원의 '일그러진 잣대'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48분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의 신문 기고에 대한 민주당 추미애(秋美愛)의원의 도(度)를 넘는 비난은 듣기에 민망하다.

추의원은 민주당 여러 공식회의에서 이씨가 언론사세무조사와 관련해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란 칼럼을 신문에 기고한 것을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기득권 언론을 통해 성장한 지식인들이 지식을 팔아 권력에 아양떠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고 말하고 이씨가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위원이라는 말이 있다는 근거 없는 얘기까지 했다.

이 발언은 이씨가 자신을 키워준 신문사에 신세를 갚기 위해 그 같은 글을 썼다는 말인데 이씨를 포함한 지식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이씨 자신도 “문학인의 활동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이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이처럼 정략적인 잣대로 지식인을 매도 비방해도 되는지, 정치권 일부의 지적 천박성이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사회적 현안에 대해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공방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언론사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찬반의견이 엇갈려 공방이 심하다. 그러나 그 방식은 논리적이고 감정에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추의원의 표현은 인신모욕에 가깝다. 어떻게 ‘지식을 팔고’ ‘아양을 떨며’ ‘유명세를 이용한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지 양식이 의심스럽다.

추의원의 발언은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기고하는 필자를 ‘곡학아세파’‘아부파’ 하는 식으로 규정해 결과적으로 지식인들의 비판적 발언을 위축시키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는 현 정부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 툭하면 ‘반통일세력’이니 ‘반개혁세력’이니 하는 식으로 규정해온 이른바 ‘딱지 붙이기’와 다를 바 없다.

더구나 누구보다 법에 의해 잘잘못을 가려야 할 법조인 출신의 국회의원이 이처럼 비논리적이며 천박한 표현으로 누군가를 몰아붙이듯 매도하는 수법은 결코 옳은 자세가 아니다.

지식인을 보는 이 나라 정치인들의 시각이 이처럼 일그러져 있다면 지식인이 설 땅은 과연 어디인가. 지식인의 신문기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짓밟고 뭉개는 것이 과연 이 정부가 그토록 주창해온 언론개혁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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