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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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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을 고려하면 서울 서부지역에 사는 게 유리한데도 아이들 교육 문제를 내세워 강남을 막무가내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집값은 자꾸 들먹이고 지금 갖고 있는 돈으로는 강남행이 사실 무리인데 막무가내예요. 허황되다는 생각도 들고…. 걱정입니다.”
1년 전쯤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구 서초동으로 이사한 S씨(53·공무원)는 요즘 싱글벙글한다.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딸에게 중매가 들어오는 데 신랑감들이 꽤 괜찮다는 것. “달라진 게 있다면 강남으로 이사한 것밖에 없는 데 대접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서울에서 최고 노른자위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인방’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사례들이다.
이밖에도 강남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많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첨단 생활편익시설과 문화시설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첨단 유행을 느낄 수도 있다. 계획 도시답게 잘 정리된 교통시설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여기에 우후죽순처럼 진행되는 강남 일대 아파트 재건축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발 이익을 기대한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투자수익률도 그만큼 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비쌌던 서울 여의도나 마포, 용산 등지를 누르고 강남권 아파트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강남의 30평형 아파트 전세금이 서울 외곽지역 같은 크기의 아파트 두 채를 사고도 남을 정도로 치솟았다.
그렇다면 강남의 이같은 인기는 영원무궁할까.
시간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확신하건대 절대로 아니다. 무엇보다 주거 환경의 쾌적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현재 강남 일대에서 진행되는 아파트재건축이 완료되면 도로 상하수도 등 생활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해질 것이다.
인터넷이 바꿔 놓을 생활상도 고려 대상이다. 우선 재택근무자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이는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커짐을 의미한다. 녹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촌이 외면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간벽지에서도 최고 실력을 갖춘 선생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원하는 대학교에 갈 준비를 할 수 있다. 강남 8학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개발의 여지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돈 벌 기회도 적어질 것이다.
이 때문일까. 요즘 서울시 공무원들은 “목돈을 벌려면 이젠 서울 도심과 강북지역에 관심을 가져라”고 충고한다. 한번쯤은 귀기울일 만한 소리인 듯 싶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