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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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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만 보는 회사 재무상태 관련 정보를 모든 직원에게 공개하시오.”
창업주인 부친이 별세한 뒤 94년 사장에 취임한 직후 이렇게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작년에는 매출액 대비 품질개선비율이 선진국 수준인 1%보다 훨씬 낮은 0.1%인 이유에 대한 감사를 지시해 제품 결함에 대해 침묵하던 회사 체질을 바꿨다. 새 상품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제품에 사소한 결함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공개하고 교환 또는 보상하라고 직원에게 주문했습니다.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서는 회사 치부를 모두 드러내고 고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46년 문을 연 삼화페인트는 창립후 55년간 페인트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온 전문기업. 회사 창립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노사쟁의도 겪지 않았다. 이 회사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도 별도교섭 없이 타결했다.
김 사장은 당초 대학교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부친의 뜻에 따라 군 제대 후인 83년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영업부 구매과 등에서 일을 배웠다.
그는 지금도 1주일에 3번 정도는 공장을 찾는 현장스타일. 내수경기가 좋아 제품을 해외에 팔지 않고도 흑자를 계속 내 자체 기술력 확보보다 외국기술 도입에 안주하던 기업의 분위기를 확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케이스마다 다르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시장여건이 바뀌자 보름 전에 내린 결정을 이사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꾸기도 했다.
“의사결정은 끝이 아닙니다. 신속하게 결정한 뒤 여건 변화를 추적하며 피드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경험에 비춰볼 때 의사결정은 25% 정도만 맞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주 직원 조회에서도 잘못 하나를 시인하고 고치겠다”고 말할 정도로 권위나 체면에 개의하지 않는다.
건축용은 물론 가정용 선박용 항공기용 플라스틱용 등 다양한 페인트를 생산하는 삼화페인트는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연간 매출액의 7%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노력에 힘입어 전자파 차단 페인트는 16개국에서 특허를 받았거나 출원중이다. 또 광촉매 페인트는 유리 타일 콘크리트 등에 코팅하면 자외선과 반응해 대기정화 항균탈취 냄새제거 등의 효과가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전략에 따라 미국에 판매대리점을 만들고 중국에는 현지 합작법인과 지사를 설치했다. 일본에는 선박용 페인트회사인 CMP와 독점판매계약을 맺어 시장에 진출했고 독일의 한 기업과는 조인트벤처를 만들 계획. 김 사장은 “내수나 수출 모두 여건이 나쁘지만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살 길은 수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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