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美人薄命(미인박명)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52분


絶世佳人(절세가인), 傾國之色(경국지색). 세상에 단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정도, 얼마나 예쁜지 天子가 흠뻑 빠져 傾國(나라를 망하게 함)할 정도의 美人을 뜻한다.

중국의 ‘4대 美女’는 西施(서시), 王昭君(왕소군), 貂蟬(초선), 楊貴妃(양귀비)를 꼽는다. 기록에 의하면 이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물고기가 숨고 날아가던 기러기가 땅에 내려앉았는가 하면 달이 쑥스러워 모습을 가리고 꽃이 꽃잎을 모았다고 한다. 誇張(과장)이 너무 지나친가? 하지만 그 많은 인구 중에서 뽑아 올린 美女라면 세속적인 美人은 아니리라.

중국의 역사를 보면 絶世佳人은 대체로 ‘傾國’했다. 西施는 본래 春秋時代 越(월)나라 사람, 吳王 夫差가 好色漢(호색한)이라는 것을 알고 越王(월왕) 勾踐(구천)이 바친 美女였다. 결국 夫差는 勾踐의 美人計(미인계)에 걸려 망하고 自決한다. 臥薪嘗膽(와신상담)의 고사다.

한편 王昭君은 西漢 元帝의 後宮으로 美貌(미모)와 才能을 兼備(겸비)한 美女였다. 宮女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자 元帝는 畵工 毛延壽(모연수)에게 그림을 그려 바치도록 했다. 다들 뇌물을 바쳤지만 그녀만 바치지 않아 밉게 그려지는 바람에 허드렛일을 하는 궁녀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연히 그녀를 보게 된 元帝는 한 눈에 반했고 격분한 그는 궁중의 畵工을 모조리 棄市(기시·일종의 공개처형)에 처해버렸다. 간신히 흉노로 달아난 毛延壽는 추장을 부추겨 王昭君을 요구하게 만든다. 결국 흉노의 위협에 굴복한 元帝는 그녀를 흉노의 妃로 보냈다.

楊貴妃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玄宗은 할머니였던 則天武后가 망쳐 놓은 大唐帝國을 英明한 통치로 다시 일으켜 유명한 ‘開元之治’를 이루었다. 하지만 총애했던 武惠妃가 나이 40세로 요절하자 그만 정치에 뜻을 잃고 말았다. 三千宮女도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이 때 그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었던 이가 바로 楊貴妃였다. 사실 그녀는 아들 壽王의 妃였으니 며느리였던 셈이다. 玄宗 61세, 楊貴妃 27세로 34세 차이였다. 천자와 며느리의 나이를 뛰어 넘은 패륜적 로맨스는 ‘安祿山의 난’을 불러왔고 결국 楊貴妃가 38세의 나이로 목매 죽는 것으로 막을 내리지만 이 때문에 大唐帝國도 기울기 시작하여 결국 亡하고 만다.

美人薄命, 美人은 命이 짧다? 많은 美人이 기구한 운명에 처했다가 결국 제 命에 죽지 못했음을 뜻하는 말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