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日 시내버스 안전운행 돋보여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9분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은 98년부터 건설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후원으로 국내 주요 도시의 교통문화지수를 조사해 해마다 9월에 발표한다. 이 조사에는 ‘보행권 회복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에 가입한 30개 도시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월드컵이 개최되는 일본의 5개 도시를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지 조사는 6일부터 시작됐다. 도시당 20여명 이상이 18가지 항목에 걸쳐 교통 실태를 조사한다. 이 조사는 교통권학회를 비롯한 일본의 시민단체 및 운수부문 노동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고 있다.

필자는 고베와 오사카의 조사를 맡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교통문화를 시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베와 오사카 시내에서는 교통 경찰관을 보기 힘들었다. 조사차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내를 샅샅이 훑고 다니면서 횡단보도 정지선에 자로 잰 듯 일렬로 멈춰서는 자동차들을 볼 수 있었다. 제복을 입은 일본 교통 경찰관은 눈을 씻고 봐도 찾지 못했다.

정지선 앞에 멈춰 선 차량들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긴 보행자 신호 시간을 여유있게 기다렸다. 횡단보도에 적색신호가 켜져도 곧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파란 신호가 켜질 때까지 아예 핸드 브레이크를 당겨놓고 쉬는 듯 했다. 출발하려다가 간혹 뒤늦게 횡단하는 사람이나 자전거가 있으면 다시 멈춰 기다렸다. 횡단보도 정지선을 넘어서 멈추는게 당연하고 일단 자동차 주행신호가 켜진 뒤에는 보행자가 있건말건 곧바로 그 앞을 지나면서 사람을 오도가도 못하게 하는 광경에 익숙한 조사팀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법과 단속 이전에 안전을 중시하고 사람을 배려하는 정신을 느꼈다. 또 이를 강제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연스럽게 지키는 여유가 느껴졌다.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 뿐만 아니라 안전벨트 착용, 신호준수 등의 운전행태, 불법주차와 소음같은 거리환경 요인 등에서도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언제 올 지 모르는 시내버스가 오면 설 곳을 짐작해 달려가야 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 시내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정류장 앞에 그려진 네모 칸 안에 정확히 멈춰 섰다. 시내버스 운전자는 엄격한 훈련과 시험을 거쳐 특별 면허를 받고 승객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높았다.

5363대에 이르는 오사카의 사업용 버스는 지난해 단 한명의 사망사고도 일으키지 않았다.

일본 교통문화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야간이 되자 차도변 불법 주차가 증가해 시내버스가 인도 쪽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속도 준수율도 낮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동차 제한속도가 우리보다 낮고 서울보다 등록 자동차가 100만대 이상 많은 오사카지만 정체와 체증은 오히려 적고 주행속도는 우리보다 높은 점을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문제다.

우리는 자연사나 질병을 제외하면 교통사고가 국민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지만 교통안전에 대해서는 정부나 국민 모두 무관심하다. 교통문화가 큰 원인이지만 이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불감증에 빠진 상태다.

교통문화가 병들어 있다면 이는 사회의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다. 교통시설과 운영, 경찰의 지도 단속, 운수업체 및 시민의 의식이 총체적으로 결합돼 나타나는 게 교통문화이기 때문이다.

녹색교통운동의 교통문화지수 조사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생활안전이나 삶의 질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개선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민만기(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최성진차장(이슈부 환경복지팀·팀장) 송상근( 〃·환경복지팀)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 남경현(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 최호원기자 (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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