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법원 안락사 주장 남편 손들어줘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29분


“11년간 식물인간 신세였던 아내가 이제는 눈을 감고 싶어할 겁니다.”

“딸이 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으니 산소호흡기를 떼서는 안됩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23일 ‘아내 사랑과 자식 사랑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테레사 시아보(37·여)에 대한 ‘안락사 소송’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따라 시아보씨의 산소호흡기는 남편 마이클 시아보의 뜻에 따라 23일 오후 5시(한국시간 24일 오후 6시) 이후에 제거될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병원측은 “호흡기와 음식공급관이 제거되면 시아보씨는 1, 2주 내에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아보씨는 90년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빠져 줄곧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왔다. 지난해말 남편 시아보씨는 “이제 그만 쉬고 싶어할 것”이라며 아내에게서 산소호흡기를 제거해달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부모인 신들러씨 부부는 “딸을 방문했을 때 (딸의) 반응이 있었다”면서 “언젠가 회복될 게 분명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고등법원과 주 대법원은 잇따라 소송을 기각했고 부모는 급기야 연방 항소법원과 대법원에까지 긴급청원하기에 이른 것. 하지만 연방대법원 역시 부모가 낸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시아보씨의 생명을 간신히 이어온 산소호흡기는 떼어지고 그는 영면(永眠)의 길에 오르게 됐다.

신들러씨 부부는 “딸의 남편은 딸에 대한 의료과오로 병원이 딸에게 지불할 70만달러를 상속받은 뒤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한다”며 비난했다. 이에 시아보씨는 “단지 사랑하는 아내의 바람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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