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대건설 회사채 출자전환땐 큰일" 채권형 펀드 썰물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4분


“채권형펀드에 투자하신 분은 현대건설채권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99년 8월 대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우 계열사 채권이 들어 있는 수익증권의 환매가 연기됐던 적이 있다. 이제 현대건설 회사채도 대우 채권과 같이 위험한 투자대상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투자신탁이 갖고 있는 현대건설 회사채도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채권형펀드에서 돈을 빼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회사채를 출자전환에 포함시킬 경우 손실이 예상된다”며 “고객들이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현대건설 회사채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 뒤 포함돼 있으면 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출자전환 여부는 불확실하다. 투자신탁회사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들의 불안심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

현대건설 회사채를 피하려는 돈이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수익증권에서 은행의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채권수익률이 오름세를 타 펀드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한다. 때맞춰 은행들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정기예금을 선보이고 정기예금 금리도 올리고 있어 자금이동을 부채질한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MMF 수탁고 잔액은 18일 현재 40조6026억원으로 4월 들어 2조7226억원이나 줄어들었다. 2월에 3조4481억원, 3월에 3조3521억원이나 늘어났던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형 수익증권도 이 기간 중 372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월에 3조6773억원 늘어났으나 3월에는 1조9291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액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정기예금을 포함한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4월 들어 5조2740억원이나 늘어났다. 2월(303억원)과 3월(3조556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이 2월1일 선보인 수시입출금식 정기예금에 2개월여 만에 7조9036억원이나 몰렸다.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20일 연 6.60%를 기록했다. 18일 밤 미국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19일 한때 6.41%까지 떨어졌으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IMM자산운용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고 하반기부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여 국고채 수익률이 7%대로 진입할 것”이라며 “수익률 상승은 곧 채권가격 하락을 뜻하기 때문에 MMF와 채권형 수익증권에서 자금이탈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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