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영업실적 호전" 확인만 해줘도 '내부자거래'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0분


우리나라에도 공개되지 않은 기업정보를 특정 증권사 직원에게 먼저 흘리는 것은 내부자거래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이미 나와있다.

지난 95년 6월 29일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내려진 ‘A업체 사건’.

92년 12월하순의 어느날 A업체 임원인 갑씨는 한 증권사 영업부장으로 있던 고교동창 을씨에게 전화를 받는다. 을씨는 “우리가 실적추정을 해보니 A사 올해 매출이 940억원, 당기순이익이 148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70.1%, 131.2% 증가한 것으로 나오는데, 맞느냐”고 묻고 B씨는 “거의 맞다”고 대답했다. 을씨는 93년 1월초 자기 회사 고객들에게 A종목을 실적호전주로 추천해 34억원 상당의 매매가 이뤄졌다.

증권거래법상 내부자거래 금지 위반으로 기소된 두 사람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을씨는 항소를 포기하고 벌금을 물었고 갑씨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영업실적과 관련한 수치는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내부정보인데 갑씨는 을씨가 이 정보를 주식투자에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을씨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에는 ‘내가 희생양’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젠 주식시장 분위기가 그 때와는 많이 달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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