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현대중공업, 매수냐 관망이냐

  • 입력 2001년 4월 16일 09시 58분


저가매수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좀더 관망할 것인가.

현대전자 미국법인(HSA)에 대한 구매지급보증으로 주가가 급락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 상이한 투자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저가매수에 나서자는 입장과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으로 의견이 대별되고 있다.

전자는 HSA에 대한 지급보증악재는 13일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면서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 지금은 영업실적과 환율상승수혜 등 긍정적인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재학 대신경제연구소 조선업 애널리스트는 16일 "HSA에 대한 구매지급보증으로 투명경영을 강조하던 경영진의 신뢰에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영업실적 전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매수의견을 그대로 유지하며 저가매수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김도현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선임연구원도 유사한 견해를 피력한다.

그는 "HSA에 대한 구매지급보증은 계열분리가 논의되기전인 1997년의 일이다"며 "과거관행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현대건설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부하는 등 최근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HSA 구매지급보증건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하한가까지 하락한 것은 과잉반응이라는 평가다. 김 선임연구원은 현주가에서 조정을 받을 때마다 비중을 늘리라고 권한다.

반면 현대중공업에 대해 섣불리 추가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HSA건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우려감에서다. 장부외 거래로 잡혀있는 지급보증들이 추가로 밝혀질 때까지 매수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성식 B&F투자자문 주식운용이사는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현대그룹의 자금창구였기 때문에 HSA이외에 더 많은 계약에 지급을 보증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우발채무들이 드러나기전까지 매수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즉 HSA건만 놓고 본다면 현주가에서 저가매수에 나설만 하다고 인정하지만 제2, 제3의 HSA건을 우려하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대전자와 소송건도 시장 참가자들이 몰랐던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2의 HSA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같은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해 외국인이나 국내기관들이 매수에 가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9시 50분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일보다 200원(-0.9%)하락한 2만 2100원을 기록중이다.

주가만 놓고 본다면 시장은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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