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아이에겐 이런책을]마사코의 질문

  • 입력 2001년 4월 13일 19시 11분


◇일본을 알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마사짱. 하여튼 우린 당했단다. 우린 피해자란 말이야.” (본문 202쪽)

어느 일요일 아침, 마사코는 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로 향한다. 할머니랑 함께 ‘평화 기념 공원’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탄 것이다. 기차여행이 마냥 즐거운 마사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두 다리를 간당거리다가 이제 막 할머니에게 풍선을 사 달라고 조를 참이다.

그 때 할머니가 느닷없이 엄숙하게 몇 마디 말을 툭 던진다.

“비행기 소리가 들렸단다… B29 비행기였지. 갑자기 푸른빛이 번쩍, 하더니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면서 커다란 불덩어리가 치솟았지.”

할머니는 수십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마사코를 1945년 8월 6일로 데려간다. 그 날, 미군 폭격기에 의해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자신의 어머니가 그 불바다 속에서 죽었다고 증언하며 할머니는 매우 침통해 한다.

할머니를 따라 마침내 ‘평화 기념 공원’에 도착한 마사코는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 사람들이 입은 피해의 참상을 낱낱이 본다. 불에 녹아 뒤틀린 푸른색 정종 술병과 새카맣게 타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마사코는 그 참혹한 증거물들에 몸서리를 친다. 그리고 ‘무섭다!’ ‘밉다!’라는 말을 수없이 속으로 되뇌이며 두 눈을 가린다.

그러다가 문득 마사코는 할머니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 일본이 그런 꼴을 당했느냐고? 글쎄, 뭘 잘못해서 그랬느냐고? 그러자 할머니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변명한다. 어쨌든 우린 피해자야!

이 책은 한 세기를 넘겨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자화상이라 할 만하다.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들.

여자들을 위안부로 끌어가고, 생체실험을 하고, 강제로 온갖 수탈을 하며 우리 민족을 억압했던 그들이 여전히 역사 교과서 왜곡을 밥먹듯이 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할 책이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마사코 처럼 ‘무섭다! 밉다! 왜?’를 차례로 외치게 될 것이다.

손연자 지음 이은천 그림 212쪽 6000원 푸른책들

(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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