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환경월드컵 "일본에 고전중"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47분


2002년 월드컵경기가 열리는 국내 10개 도시의 미세먼지 연평균 수치가 일본의 월드컵 개최도시보다 두배 가량 많은 등 한일 양국 도시의 대기오염 정도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본보 취재진이 환경부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국제화협회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지난해 서울 등 국내 10개 도시와 오사카 등 일본의 5개 도시의 대기 성분을 비교한 결과 국내 도시의 평균 아황산가스(SO₂)가 일본 도시 평균에 비해 60%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내도시의 평균 미세먼지(PM―10)가 일본 도시보다 90%나 높았으며 이산화질소(NO₂)도 16% 정도 많아 국내 도시의 대기오염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오존(O¤)은 국내 도시가 일본보다 적었다. 한편 일본의 월드컵 개최지 중 고베 등 5개 도시는 현재까지 지난해 통계가 완전히 나오지 않아 이번 분석 작업에서는 제외됐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 수치를 비교해도 아황산가스 34%, 이산화질소 18%, 미세먼지 51% 등으로 국내 도시가 더 높았다. 특히 울산의 6월 아황산가스 평균 측정치는 14¤로 일본 개최지 중 가장 오염이 심한 오사카(8¤)의 두배 가까이 됐고 서울의 미세먼지는 ㎥당 78㎍으로 오사카(㎥당 46㎍)의 1.7배였다.

국내 10개 도시 중 6월 오염도가 전항목에서 일본 평균수준에 이른 곳이 없었고 제주와 광주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풀이됐다. 대구와 경기 수원은 전항목에서 일본 평균치보다 높았다.

아황산가스는 공장과 가정에서 황을 포함한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며 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 매연에서 나온다. 이는 호흡기 질환과 산성비, 스모그 등을 유발한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쳐 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는 대기오염을 이유로 참가를 기피하는 선수도 있었다.

일본 미에(三重)대학 박혜숙(朴惠淑·인문학부)교수는 “월드컵 관광객들이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게 되면 ‘공해〓일본’이라는 선입견이 깨질 것”이라며 “현재 도쿄에서는 매연의 주범인 경유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고 오사카도 배기가스 저감장치 부착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대기오염 문제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서울 등 대도시가 천연가스버스 보급 등 월드컵에 대비해 대기오염 개선책을 추진 중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부실하고 시행 주체와 재원(財源)이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돼 있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녹지 확보 방안처럼 국내에서 제도를 강화하려는 사안들이 일본에는 이미 이루어져 있다”며 “2002년까지 일본 수준을 따라잡는 것은 솔직히 무리이며 월드컵을 계기로 ‘환경 인프라’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세먼지 같은 경우는 체감도가 높은 오염원인데도 발생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기초적인 연구부터 투자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 확충과 주민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월드컵 예산의 대부분이 지방비에서 충당되고 국고 보조는 경기장 시설의 30% 정도라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대기오염 문제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기 힘든 상태다.

천연가스버스 보급도 주민들이 가스충전소 설치를 반대하고 운수업자는 국고보조를 높여달라고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명형남(明亨南)간사는 “가장 확실한 대책은 교통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차량을 제작할 때부터 배기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경유차를 줄이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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