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적 최고령대원 김귀조할머니 2만1000시간 봉사

  • 입력 2001년 4월 12일 21시 40분


한평생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살아온 김귀조(金貴祚·93·부산 해운대구 재송동)할머니. 대한적십자사 봉사대원 중 최고령자에다 최장 봉사시간(2만1000시간)기록을 보유한 ‘살아있는 천사’다.

김 할머니가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전쟁때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부산으로 피난오면서부터. 육군병원과 마산36병원 등에 입원해 있던 부상자들을 돌보면서 병간호와 급식봉사 의복세탁등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봉사활동의 폭도 넓혀갔다. 75년부터 80년까지는 월남난민 1500명이 수용돼 있던 부산 서구 서대신1가 구 부산여고에 설치된 월남난민 구호소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급식봉사를 맡아 ‘어머니’로 통했다.

자신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어렵게 살면서도 근로청소년과 불우시설을 찾아가 몸으로 사랑을 실천했다.

77년부터 86년까지는 근로청소년들의 배움터인 부산 남구 대연동 남부직업학교와 부산 서구 부민동 영락고등공민학교 학생 200여명을 보살폈다. 83년부터 인연을 맺은 고아원인 부산 북구 화명동 평화의 집에는 지금도 사비를 털어 연 4회 밀가루 10포씩을 전달해 오고 있다. 82년 알게 된 영세민 자녀인 김모군(당시 6세)에게는 최근까지 월 10만원씩 생활비 및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50여년간 오직 봉사 한길을 걸어온 그는 최근 기력이 약해지면서 경남 양산군 웅산면 성요셉 양로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매달 한번씩 적십자사 부산지사에 나와 부녀봉사대원들에게 봉사자의 자세를 가르치고 있는 김 할머니는 “봉사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그늘진 곳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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