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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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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기준으로 구분해 죽일 기업은 예외없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던 정부의 다짐은 아닌게 아니라 현대그룹에 대한 지원 하나로 이미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정부는 또 공적자금을 호소할 때마다 항상 추가조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관변에서는 40조원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애드벌룬이 벌써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문사 세무조사 역시 국세청에 근무하는 사람들 조차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 고 말해 정기조사라는 공식주장과 거리를 느끼게 한다. 친정부 매체들의 '엄호사격' 이 세무조사와 때를 같이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신3종 거짓말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로 이 수준이라는 점이다. 더 심각한 건 정치인과 정부책임자들이 거짓말을 하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정부의 어느 고위인사는 "정치를 오래한 사람은 말을 바꿔도 된다" 고 당당하게 주장해 주변을 아연케 했는데 그는 아직도 현직에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게 좋겠다.
▷거짓말쟁이 정치인들에게 인터넷은 위협적 존재다. 최근 십수년동안 국내에서 발행된 모든 신문기사를 담고 있는 사이트에 연결만하면 이 요물단지는 과거 그들이 했던 발언들을 모두 토해낸다. 그들의 일그러진 행각을 확인하는데는 불과 몇초의 시간이 요구될 뿐이다. 그만큼 공직자들의 정직성 검증이 쉬워졌다는 것을 그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알면서도 불감증에 걸려 태연할 수 있다면 이거야 말로 더 큰 일이다.
<이규민기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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