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기자의백스테이지]양현석, 춤꾼에서 제작자로 성공담

  • 입력 2001년 4월 6일 13시 56분


최근 고급스러운 힙합과 국악이 어우러진 3집 'A-Yo'로 28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지누션'의 소속사는 '양군 엔터테인먼트'다. 지누션 외에도 '원타임' 'YG 패밀리'(소속사 가수들이 연합한 팀) 등 '힙합의 대중화'를 외치는 가수들이 포진해 있다.

이 기획사의 대표는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인 양현석. '양군' '양 사장'으로 불리는 그는 춤꾼으로 시작해 가수 겸 제작자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97년 솔로 1집 '악마의 연기'와 프로젝트 음반 'YG 패밀리' 이후 가수 활동이 뜸한 편이지만 후배를 양성하고 높은 질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 만큼은 누구보다 뜨겁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양군 기획 사무실에서 양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3층 사무실과 지하 녹음실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직접 방송사를 찾아다니며 음반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돈이 안되지만 힙합 문화를 알린다는 일념으로 무가지 <바운스>도 계속 발행하고 있다.

양현석은 털털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모든 일에 철저하다. 그의 하루 일과의 시작은 인터넷 서핑. 각종 매체에 나온 소속 가수 기사를 점검하는 것이다. 언젠가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를 향해 그는 상냥한 웃음을 보내면서도 "요번에 쓴 기사 보니까 우리 가수 음악을 비판적으로 썼더군요"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군 기획의 이상철 부장은 양현석을 이렇게 평한다. "가수가 노래를 만들어오면 세심하게 상의하고 프로듀싱, 믹싱 작업까지 신경을 씁니다. 정통 힙합이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려 애쓰지요. 어떤 방송에 나가고 어디와 인터뷰를 하는지도 하나하나 따질 정도여서 매니저의 입장에서 피곤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부분에 철저하니까 이만큼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현석이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후 성공의 나날만 보냈던 건 아니다. 96년 남성 3인조 '킵식스'를 제작해 '나를 용서해' 등 음악적으로 좋은 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실패한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여러 장르를 두루 다루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힙합에 중심을 두자고 결심했던 것이다. 그 결과 지누션, 원타임의 연이은 성공으로 이어졌고 양현석은 제작자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자는 양현석이 박남정의 백댄서로 TV에 언뜻 얼굴을 비쳤고,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도 안무와 약간의 랩을 맡는 정도의 인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무언가를 배우려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얼마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양현석은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시작한 건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때부터"라며 "집 지하에 음악 기기를 사다 놓고 전문가를 불러 개인 교습을 받으며 나를 채우는 작업을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태지의 영향을 받은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깊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음악적인 고집이 명확하다는 면에 있어서 이들은 상당히 닮아 있다. 4년7개월만에 컴백한 서태지의 모든 일정을 도와주고 끝까지 함께 한 것은 이들의 진지한 우정에서 나온 것이다.

양현석은 "돈도 좋고 명예도 중요하지만 더 소중한 것은 인간적인 믿음이 아닐까해요. 태지와는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친구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기획사 사장으로 또 스스로를 계속 담금질하는 뮤지션으로 노력을 계속하는 그의 변신은 가요계에 멋진 성공담이 될 것 같다. '양군'아니 '양 사장'의 음악적인 고집이 계속되길 바란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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