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이왕상 LG증권 인터넷애널리스트 "인터넷기업, 갈길 멀고 험해"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10분


"1999년 하반기에는 투자자들의 전화를 받느라고 점심먹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요즘은 심심할 정도로 전화가 뜸합니다. 불과 2년만에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180도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왕상 LG투자증권 인터넷 애널리스트가 들려주는 경험담이다. 야후 아마존 등 미국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인터넷 업체들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는 수익모델의 부재로 국내인터넷 기업들이 1999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오히려 안정된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기업들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신한은행을 거쳐 1999년부터 LG투자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현수준을 평가한다면.

"야후 아마존 등 미국인터넷 기업들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인터넷 기업들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수익모델을 마련해 나가는 단계다.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돈 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 국내인터넷 기업들은 아직까지 유아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넷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사업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도산할 것이다.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인터넷 기업들의 수익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인터넷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개인적으로 인터넷 기업들이 오프라인 기업들과 경쟁해서는 생존하기 힘들다고 본다. 가상세계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업이라야 성공한다. 가령 옥션이나 엔씨소프트 등은 현실세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사업으로 성공했다. 수백만명을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묶어낸 후 경매나 게임으로 수익을 만들고 있다.

반면 동일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과 경쟁할 경우 성공확률이 적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인터넷 쇼핑처럼 오프라인과 경쟁할 경우 성공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온라인에서까지 매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서너개 업체는 오프라인에서 만들기 힘든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매체의 장점을 십분활용하고 있다. 매출이나 순이익 규모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반면 몇몇 기업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공모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내부현금은 상당규모 확보하고 있지만 '장사 기반'이 취약하다. 이들 기업들은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

==수익모델에 비춰볼 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현주가는 적정수준인가 아니면 고평가상태인가.

"1999년과 비교해서 낙폭이 크지 않느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고점대비 1/10 토막났다며 반등가능성을 찾는데 이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당시는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환상'으로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했다. 그때와 비교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수익모델에 비춰볼 때 현주가는 결코 싸지 않다. 오히려 비싸다고 생각한다.

가령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등은 수익모델의 부재와 성장성의 한계라는 악재가 현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비해 시가총액이 여전히 많다. 추가하락 가능성이 크다.

반면 다음 엔씨소프트 옥션 네오위즈 등은 나름대로 수익모델을 갖췄다고 본다. 인터넷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오프라인업체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 이들은 앞으로 안정된 수익모델을 꾸려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승여력이 많다고 본다."

==최근 인터넷 기업의 수익모델중 하나로 '컨텐츠 유료화' 가 활발히 논의중이다. 성공가능성을 얼마로 보는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의 유료화는 2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오프라인과 경쟁해야 하고 고객들도 '인터넷=무료'라는 인식이 강해 처음에는 유료화가 어렵다. 유료화에 성공하기전에 대다수 인터넷 기업들은 문을 닫을 것이다. 반면 일단 유료화에 성공하면 경기사이클 등과 무관하게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을 겨냥한 B2B 모델은 초기 유료화 가능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경기 등에 민감한 편이다. 고객들의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

==최근 무선인터넷이 각광받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보는가.

"무선인터넷은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발전해 있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NTT도코모같은 통신서비스업체가 컨텐츠제공업체에게 수수료의 80%이상을 넘겨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수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덴츠 업체가 성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반대다. 수수료의 대부분을 통신서비스업체가 가져간다. 이같은 상황에서 콘텐츠 제공업체가 성공하기 어렵다. 결국 무선인터넷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단말기의 크기도 무선 인터넷의 성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문자정보서비스나 소액결제 등이 주된 메뉴가 될 것이다."

==인터넷 기업들의 적정가치는 어떻게 산정하는가.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당장 돈을 벌기보다는 미래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다. 그런 만큼 제조업체의 적정가치를 산출하는 분석도구를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가령 P/E(주가수익배율) 등은 인터넷 기업들이 순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적용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PSR, PEG 등 다양한 분석도구를 도입해 봤다. 하지만 역시 "인터넷 기업도 수익성을 기반으로 성장성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전통 제조업체의 내재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시점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투자가치가 있는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단계에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소수기업만이 '황금노다지'를 캘 것이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하기엔 여전히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경기가 하반기 급격히 반등하지 못할 경우 자금난으로 쓰러질 인터넷기업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현재 인터넷 주식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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