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개각후 첫 민주 최고위원회의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29분


2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았다. 3·26 개각 이후 첫 회의이기도 했고 일부 참석자들 사이의 관계도 미묘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과 김중권(金重權)대표의 만남에 시선이 쏠렸다.

개각으로 장관직을 내놓은 노고문으로선 당에 복귀하는 뜻깊은 자리였지만 한때 자신이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던 김대표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으로선 4·26 재 보선 논산 시장후보 공천을 자민련에 양보한 후 첫 최고위원회의였다.

어색하고 복잡한 분위기 때문인지 김대표는 이날 말수를 부쩍 줄였다. 그는 회의가 길어지자 부산시지부 방문을 이유로 먼저 일어섰다.

노고문은 일단 몸을 낮췄다. 김대표가 “한 말씀 하시라”고 하자 그는 “상임고문이라는 명예스러운 자리를 배려해준 대통령과 당 어르신들께 감사한다”며 “나서기보다는 민생문제 해결에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이) 앞으로 김대표와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잘 지낼 것이냐고 물으면 ‘예’라고 대답하고, (과거 김대표에 대한 비판 발언이) 소신이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겠다”며 미리 선을 그었다.

이최고위원은 더욱 불편한 표정이었다. 그는 당사엔 제 시간에 나왔지만, 회의실엔 늦게 들어왔다가 그나마 10분도 안돼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이 논산시장후보 연합공천과 관련해 ‘민주당과 자민련 양당이 공동 공천하기로 합의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대전 충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보고하기 직전이었다.

이최고위원은 “논산 연합공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JP(김종필·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와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당이 결정한 문제인데 내가 뭐라고 말하겠느냐” “거기 가서 물어봐라”고 다소 퉁명스럽게 답변한 뒤 당사를 빠져나갔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전남 목포에서 열리는 조찬기도회 참석을 이유로 회의에 나오지 않았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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