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내귀에 도청장치', 몽환적 사운드와 파격무대 선보여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50분


몽환적인 사운드와 파격적인 무대를 내세우는 사이키델릭 록 그룹이 등장해 록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첫 음반 ‘이 메일’을 발표한 그룹 ‘내 귀에 도청장치’가 그들. 5인조로 구성된 이들은 1996년 12월 결성돼 4년간 언더그라운드에서 ‘내공’을 다졌다. 첫 음반은 신인과 록이라는 두가지 핸디캡을 벗어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메일’은 이별의 사연을 담았으나 사운드가 풍성하고 보컬이 내뱉는 중성 창법이 그룹의 이미지를 뚜렷히 해준다.

이들의 음반은 신인다운 패기와 오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바탕으로 한 노련미가 함께 배어있다. 사운드가 공격적이긴 하지만 매끄런 선율감을 조화시켜 언더그라운드의 펑크 그룹과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을 발굴한 가수 김학래는 “2년전 라이브 클럽에서 처음 보고 몽롱한 노래와 역동적인 액션, 도발적인 사고에 반했다”며 “이들의 실력을 믿고 음반까지 내게 됐다”고 말했다. 녹음 엔지니어 정문원씨는 “요즘은 유사한 음악에다 가수만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내귀에 도청장치’는 다른 그룹들과 구분되는 요소를 많이 지녔다”고 평가했다.

‘내 귀에 도청장치’는 돌발적인 방송 사고에서 인용한 것으로 “록의 게릴라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이름”이라는 뜻이다. 음반에는 몽환적인 사운드로 가식을 저주하는 ‘해커’, 강렬한 사운드로 절망이 곧 희망이라고 외치는 ‘빅토리 네티즌’ 등이 게릴라의 이미지를 짙게 풍기고 있다.

그러나 이 음반 만으로는 이들의 파격적인 패션과 퍼포먼스에 가까운 무대 연출을 접할 수 없다. 라이브 무대에서 이들은 목에다 밧줄을 감고 나와 관객을 경악시키거나 불법 비디오 테이프를 마이크로 부수며 음악 주장을 펼친다.

멤버는 이혁(24·보컬) 정재훈(22·드럼) 이미용(22·키보드) 이종필(25·베이스) 정유화(23·기타). 이 가운데 이미용은 홍일점으로 이들의 팬이었다가 그룹에 합류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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