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北 미사일 수출중단 한국이 설득해야"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33분


“북한이 이스라엘의 파괴를 꾀하는 이란에 대량 살상용 장거리 미사일을 팔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햇볕정책에 협조하거나 참여하기를 바란다.”

앨리 샤케드 주한이스라엘 대사대리(53)는 2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명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방문 중 “이란이 중동과 유럽 러시아 미국의 일부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기술은 북한 등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이라고 한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샤케드 대사대리는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슬람권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의 파괴를 정치적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등으로부터 미사일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내에서만 미사일을 수출하지만 북한은 돈만 주면 팔기 때문에 큰 문제”라며 “북한이 미사일 생산과 수출을 멈출 수 있도록 한국 중국 일본이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케드 대사대리는 또 “이란은 남부 부셰르에 군사 목적으로의 전용이 가능한 발전용 핵원자로 1기를 현재 가동중이며 다른 1기의 건설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이라크가 개발하고 있는 핵과 생화학 등 비재래식 무기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샤케드 대사대리는 설명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중동의 아랍국가들이 대부분 비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갖고 있어 언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점에서는 북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한국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샤케드 대사대리는 “샤론 신임총리가 비록 강경주의자이긴 하지만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등 온건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으며 결국은 타협을 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계속되는 폭력사태와 보안상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수만명의 팔레스타인 노동자에게 계속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도와 상호간의 적대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이전과 달리 중동지역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제3자로서 중동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며 미국의 계속적인 관심과 개입을 촉구했다. 샤케드 대사대리는 “만약 미국이 발을 뺀다면 그 빈자리를 유럽이 메우려고 할 것이지만 유럽은 한목소리를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유럽의 개입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리에 아라지 대사가 떠난 뒤 아직 후임 대사가 발령나지 않아 대사대리를 맡고 있다. 히브리대에서 아랍어와 중동역사를 전공한 아랍통으로 74년부터 학자 또는 외교관으로서 주로 아랍권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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