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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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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의 사장실은 최근 한 달간 텅 비어 있다. 장기출장도 아닌데 사장의 모습이 회사에서 사라진 것은 사장 B씨가 구속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몇몇 이사진이 B씨의 공금 유용을 문제삼았고 급기야는 고발사태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B씨는 억울하다는 입장. 기업회계를 잘 몰라 재무이사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 공금을 횡령할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가 선임됐지만 신구 경영진이 대립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주주들은 “어느 쪽에 잘못이 있든지 이제는 앙금을 털어내고 회사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가 쉽지는 않다.
벤처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송사에 휘말리거나 구속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벤처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벤처기업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벤처업계의 유명인사로 통하던 C씨. 그동안 벤처기업 D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얼마전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투자받은 돈을 개인적인 용도에 함부로 쓴 것이 드러나 공금횡령 혐의로 고발까지 됐다. 회사 직원들은 “C씨는 경영에 관심도 없이 회사돈을 흥청망청 써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씨는 “경영상 필요하지 않은 곳에 쓴 돈은 한푼도 없다”고 해임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다른 벤처기업의 사장 D씨는 형사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구설수에 올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망한 사원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한때 명망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해 힘을 받던 회사 경영도 기로에 놓이게 됐다.업계 관계자들은 벤처업계의 거품을 빠지는 과정에서 CEO의 무능과 도덕 불감증이 도마위에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기업의 한 CEO는 “기술및 제품개발에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내분으로 벤처기업들이 자멸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현시점에서 벤처기업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 정신과 공동체 의식 등 벤처 본연의 자세”이라고 말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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