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예술품 범죄 극성…피해액 연간 40억~60억달러

  • 입력 2001년 3월 20일 16시 29분


2년여전 거장(巨匠)이 그린 그림을 영화에나 나올 법하게 감쪽같이 훔쳐간 사건이 발생해 이탈리아 전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다. 당시 수도 로마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이던 빈센트 반 고호의 그림 '정원사'와 폴 세잔의 '주르당의 오두막'은 도난당한지 두달만에 다행히 회수됐다. 이 사건은 예술품 도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값비싼 예술품이 범죄의 표적이 되면서 예술품 도난은 마약이나 무기 밀거래, 돈세탁보다 규모가 큰 범죄로 발전, 지구촌 전체의 피해액이 연간 40억∼6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98년 한해동안 전세계적으로 6만여건의 예술품 절도사건이 발생해 이제 예술품 도난은 더 이상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됐다"고 19일 보도했다.

90년 3월 보스턴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서는 경찰 복장을 한 2인조 강도가 침입해 직원들을 묶은 뒤 렘브란트와 마네 등 세계 유명화가 작품 12점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98년 5월 로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난당했다 두 달 만에 되찾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정원사'(왼쪽)과 '아를의 연인'(오른쪽). 가운데는 폴 세잔의 '주르당의 오두막'.

독일에서는 89년 5건에 불과하던 예술품 도난이 동독정권 붕괴의 혼란기를 틈타 90년 47건으로 늘어나 3200만마르크(195억원)의 피해가 났다.

특히 예술품의 보고(寶庫)인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년동안 예술품과 문화재 30만점이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도난품은 보안이 허술한 중세시대의 성당에 있던 것으로 92년 모데나 박물관과 로마 박물관의 도난사건에는 마피아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예술품 도난담당 검사인 로베르토 콘포르티는 "도난된 유명 예술품이 남미에서 생산된 마약의 밀수대금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난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은 살 사람이 있기 때문. 예술품을 광적으로 소유하길 원하는 수집가나 부자들이 예술품 도난사건의 온상인 셈이다.

그러나 엉뚱한 동기에서 벌어지는 범죄도 없지 않다. ABC방송은 창고에 방치된 예술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으거나 연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뉴질랜드 남자는 98년 러시아 연인을 감동시키기 위해 한 미술관에서 19세기 그림을 훔쳤다가 1년만에 탄로나 철창 신세를 졌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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