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세계경제 브레이크가 없다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8분


《미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 증시가 연쇄적으로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들어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주도하기 시작한 후 아시아 유럽의 증시와 한덩어리가 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반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실물경기 냉각, 일본은 금융시스템 불안, 유럽은 실물 부진에 광우병 구제역 파동까지 겹쳐 있어 증시가 상당기간 혼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시 연쇄폭락▼

그동안의 주가하락은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하면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뒤따라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일본과 유럽쪽 상황이 악화되면 미국 주가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세 지역의 증시가 서로 주가하락의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에 접어들게 된 것.

14일 미국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가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날 뉴욕증시에 앞서 개장된 유럽증시의 주요지표가 4% 이상 하락한 데다 영국계 신용평가회사인 피치IBCA가 일본의 19개 대형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자 세계 경제 전체를 비관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또 이날 유럽증시의 폭락은 영국의 대형통신회사인 케이블앤드와이어리스(C&W)가 “미국과 일본시장의 영업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해 전체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유럽에도 미일 경기침체로 인한 충격이 미치기 시작했다는 판단이 확산됐기 때문이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일본은행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주가하락이 두드러졌다.

▼악재만 줄줄이▼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가가 언제 바닥을 치느냐”에 쏠려 있지만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스닥시장을 운영하는 전미증권업협회(NASD)의 프랭크 잡 회장까지 “상당히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 또 미국의 주요기업 500개사의 1∼3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8%나 감소하는 등 실물분야에서 급속도로 경기가 냉각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인원정리와 공장폐쇄에 나선 것도 개인의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금융계의 불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3월말 결산기를 앞두고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다음달 통합예정인 산와 도카이 도요신탁 등 3개 대형은행은 이미 3월말 결산에서 처리할 부실채권이 당초 예상의 두배인 1조엔으로 늘어나 2000억엔의 최종적자가 예상된다. 금융불안이 우려되자 다이이치칸교은행은 미국계 금융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하는 등 해외자산 정리를 시작한 일본 금융기관들도 있다.

일본 정부는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포기하고 부실기업을 도산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총리의 사임이 임박하는 등 정부의 리더십 혼란으로 인해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미국 일본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양상을 보이던 유럽은 최근 들어 미일 주가하락의 직격탄을 맞게 된 데다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이 확산되면서 혼란에 빠져 주가폭락에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유럽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유제품 등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유럽 육가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됐으며 유럽 경제의 상당부분을 지탱해온 관광산업도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각국 대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은행도 제로금리정책 복귀 등 금융완화조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다우존스주가지수 10,000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지기 시작했으며 실물부문의 업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각국의 개별적인 금리인하가 주가하락의 악순환을 끊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의 주요 기업들이 국내영업실적 악화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해외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시장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에 따라 각국이 개별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서로 공동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19일로 예정된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의 신속한 구조개혁 등 경기부양책에 대해 적극 조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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