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트래픽>흥행, 전국망을 탄 마약처럼

  • 입력 2001년 3월 13일 13시 52분


오랫동안 장기 집권했던 <캐스트 어웨이>가 한 걸음 퇴진하고 신선한 영화가 왕좌에 올랐다. <캐스트 어웨이>의 아성을 무너뜨린 영화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트래픽>.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주말 6만1천 명의 관객을 모아 '작가주의 영화'답지 않은 높은 흥행력을 발휘했다.

<캐스트 어웨이>는 왕좌를 내주었으나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지는 아직 퇴진하지 않았다. '가늘고 긴 생명력'을 발휘중인 영화는 영원한 사랑을 담은 <번지점프를 하다>. <캐스트 어웨이>에 이어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켰던 <번지점프를 하다>는 지난주에도 여전히 2만8천 여명의 관객을 모아 '입소문의 위력'을 입증했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흥행 누계는 총 41만6천 명.

그 뒤를 이어 전국 시대, 토요토미 히데요시 암살 작전을 다룬 일본 역사극 <올빼미의 성>이 1만9천 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순위 3위에 랭크되었으며, 4주 째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던 저력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1만8천 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올랐다. <캐스트 어웨이>가 현재까지 모은 총 관객 수는 약 74만 명.

지난 주 새로 개봉된 7편의 영화 중 <트래픽>을 제외하곤 모두 그만그만한 흥행성적을 유지했다. 너무 아름다웠기에 질투의 화살을 면할 수 없었던 여인 말레나의 기구한 삶을 다룬 <말레나>는 1만3천 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으며, 처녀만 죽이는 연쇄살인범의 광기를 다룬 공포영화 <체리 폴스>는 1만1천 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했다.

맷 데이먼, 윌 스미스, 샤를리즈 셰론 등 당대 최고의 스타 파워를 자랑했던 골프영화 <배가번스의 전설>은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한 인상이다. '골프와 인생'의 익숙한 비유법이 다소 흥미를 반감시켰기 때문인 듯. 9천 명의 약소한 관객을 모은 <배가번스의 전설>에 이어 개봉 4주째가 된 <빌리 엘리어트>가 여전히 박스오피스 10위 권 안에 머무는 저력을 발했다. <빌리 엘레어트>는 지난 주 7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여태껏 약 11만4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밖에 르네 젤위거의 풋풋한 매력이 돋보이는 닐 라뷰트 감독의 <너스 베티>는 5만5천 명의 관객을 모아 예상 밖의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다. 액션과 로맨스를 겸비한 판타지 영화 <너스 베티>는 흥행 타깃이 다양하고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 당초 흥행이 예상됐던 영화. <너스 베티>의 흥행 부진에 대해 관계자들은 대부분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춘추 전국시대를 맞이한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엔 또 어떤 영화가 '왕권'을 노리며 달려올까.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엽기 코미디 <스내치>, 상업적인 코드로 무장한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 사드 후작의 이야기를 담은 제프리 러시,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퀼스> 등이 개봉 대기중이지만, 이 중 어떤 영화가 왕좌를 차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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