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이혼 경향-'폭력-외도 탓' 줄고 '더 나은 행복찾기'늘

  • 입력 2001년 3월 6일 19시 17분


◇"부부 불화가 원인" 77%, 48%가 여성이 먼저 제안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장에 도장을 찍는다. 통계청의 99년 인구동태 연보에 따르면 99년 한국에서는 36만2000여쌍이 결혼하고 11만8000여쌍이 이혼했다.

1000명당 이혼율은 2.5건으로 1980년 0.6건에 비해 20년동안 4배로 증가했다. 이는 일본(1.8건) 대만(1.8건) 프랑스(1.9건)를 능가하는 수치. 이혼 당시 나이는 남자 40세, 여자 36.4세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혼이 늘면서 이혼자는 더 이상 ‘사회의 소수자’가 아니게 됐다. TV드라마, 소설 등에 이혼자가 넘쳐난다. 이혼자를 위한 원룸이나 편의방, 세탁방은 물론이고 이혼자 전문 결혼상담소나 이혼부모들을 위한 자녀교육 동아리 등도 생겨났다.

이혼은 왜 늘까. 손승영(孫承暎)동덕여대 여성연구소장은 ‘여성은 변한 반면 남성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결혼에 수반되는 희생이 상대적으로 컸던 여성들이 자의식과 경제력을 갖추면서 독립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

통계청이 내놓은 99년 이혼부부들의 이혼 사유는 부부 불화 76.9%, 경제 문제 7.1%, 가족간 불화 3.2%, 건강 문제 0.9% 순. 곽배희(郭培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이중 ‘부부 불화’에는 많은 사연이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상대방의 폭력이나 외도, 경제적 무능 등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이혼’이 많았다면 요즘은 보다 나은 생활이나 행복을 찾아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혼의 주도권은 여성에게 넘어가는 추세. 결혼정보업체 ㈜선우가 이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여성이 먼저 이혼을 제안한 경우가 48.2%, 쌍방 제안이 41.6%인 반면 남성측 제안은 10.2%에 불과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