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담뱃값 올려 금연 유도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27분


《최근 정부가 담뱃값을 올려서라도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운동에 찬성하는 측은 세계적으로 높은 흡연율로 인한 국민건강 저하와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담뱃값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담뱃값 인상이 초기에 일시적으로 담배 판매량을 줄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금연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으며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연6조 흡연피해 줄일 검증된 대책▼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경제학)

금연운동을 위하여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소식에 애연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요즘처럼 짜증나는 세상에 흡연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가지 방법인데 담뱃값마저 올린다면 서민들은 무슨 낙으로 살며 서민들의 부담은 생각해 보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어 건강에 해를 주고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를 방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자 흡연율은 66%로 세계 평균 47%에 비해 훨씬 높다. 이것은 재정수입 때문에 흡연의 경제적인 손실을 외면했던 정부의 소탐대실의 어리석음과 흡연이 정신안정 효과가 있다느니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느니 하면서 관용을 베푸는 우리 사회의 관습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하겠다.

흡연으로 인한 암이나 호흡기계통 질병의 치료비만 연간 5000억원 이상 들어가며, 다른 질병의 치료비와 간접흡연의 피해까지 포함시키면 엄청난 의료비는 물론 경제적 총손실이 연간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세수가 늘어나서 좋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료비가 늘어나 의료보험 재정에 구멍이 나게 된다.

최선의 길은 모두가 담배를 끊는 것인데 의지가 약한 사람은 금연홍보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담뱃값을 대폭 올려서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 담뱃값을 올리면 금연효과가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보건국은 담뱃값을 10% 올리면 담배소비가 5% 정도 줄어들며, 특히 청소년층에서는 14%나 줄어든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뱃값을 2000원으로 올리면 32.6%의 사람이, 3000원으로 올릴 경우 44.5%의 사람이 담배를 끊겠다는 의사를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선진국에서는 담뱃값을 대폭 올려 금연을 유도한 결과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담뱃값이 노르웨이의 7분의 1, 영국의 6분의 1, 덴마크나 홍콩의 4분의 1,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2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낮아 흡연율이 높다.

담뱃값을 올리면 물론 애연 서민들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이런 부담 때문에 금연을 하게 되면 서민들은 경제적인 부담도 줄고, 건강도 지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 1석3조의 효과가 생긴다.

이미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담배는 마약’이라고 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200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독성물질이 발생해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음식물에 유해물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신문이고 방송이고 톱기사로 다루고 생산업자를 단죄하고, 수입 꽃게에 납이 들어있다고 난리법석을 피우며, 다이옥신 문제로 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면서 의학적으로 이미 유해한 것으로 판명난 담배에 대해 우리가 왜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반대-반짝 효과뿐…서민 부담만 가중▼

한종수
(한국담배소비자연맹 사무처장)

올해 초에 실시된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소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흡연 횟수가 늘고 있다고 흡연가들은 말한다. 정부가 다시 금연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담뱃값 대폭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흡연구역마저 건물 밖으로 몰아내겠다는 발표에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애연가들은 더욱 담배로 손이 간다는 역설적 얘기다.

담배는 공공물가와 함께 정부의 소비자 물가지수와 연계돼 있다. 보건당국의 자료대로 담뱃값 인상에 따라 흡연율이 줄었다면 담배관련 세수는 최소한 1조2000억원이 줄어든다는 계산인데, 지방재정과 교육재정 등 담뱃세 의존율이 극히 높은 상황에서 과연 정부의 담뱃값 인상의 진의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담뱃값을 대폭 올리면 담배 판매율과 함께 흡연율이 줄어든다는 당국의 논리가 맞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휘발유 가격 인상이 과연 자동차 운행량을 줄였는지 묻고 싶다. 생활필수 기호품으로 손꼽히는 담배 역시 가격 인상폭에 따라 한동안 판매율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흡연 횟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담배 가격이 외국에 비해 싸다는 주장도 비교 대상 국가의 물가지수와 환율을 감안해보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1300원 하는 디스 수준의 담배를 기준으로 할 때 브라질은 800원이며 노르웨이는 9250원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은 담뱃값이 비싸면 쉽게 사서 피우지 못할 테니까 최소한 그만큼의 흡연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담배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높아가고 있다. 비싼 담배를 포기하기보다는 그 희소성이 도리어 흡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담뱃값 조달을 위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금연을 명분으로 한 담배 관련세의 신설이나 조정에 따른 담뱃값 추가인상은 시행초기에 일시적으로 담배판매를 줄일 수는 있어도 금연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담배소비자들은 정부의 금연 권장을 빌미로 경제적 부담만 떠 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부 차원의 흡연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94년 이후 정부는 6차례나 담배 관련세를 인상하거나 신설하고 기금마저 추가 부담시켰다.

그동안 평균 600원 가량의 인상으로 추가 부담해온 세액만도 매년 5000억원씩 3조원이나 된다. 담배 한 갑의 세 부담률은 70%로 미국(28.9%), 캐나다(55.6%), 일본(59.7%) 등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담배 소비자들은 올해 초의 담뱃값 인상만으로 5000억∼6000억원이 늘어난 연간 4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금연정책의 강도가 어떻든 담배의 생산과 제조 판매를 허용하는 한 흡연자는 존재한다. 금연을 권장하기 위한 정부의 담뱃값 인상 계획이 금연의 한 방편은 될 수는 있어도 최선책은 될 수 없다. 담배는 소비자들의 선택적 기호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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